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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중매의 추억

가끔 중매를 서라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참 자신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매는 완전히 남의 일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중매를 선 적이 있었다. 41년 전인 1976년 내 나이 35세 때. 서울 도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하고 있을 때다. 그때는 변두리가 한창 발전할 때여서 한 반에 70, 80명의 남녀 학생들이 가득했다.

2학기가 시작된 9월 어느날 오후 수업 시간. 점심 후 식곤증이 몰려왔는지 아이들의 눈들이 풀어져 수업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럴 때는 분위기를 바꾸는 게 최상. "반장-"하고 부르니 반장이 일어섰다. "너는 씩씩한 남자지. 우리 반에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나? 용기 있게 대답해봐" 이 질문 만으로도 아이들의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네, 있습니다. 저는 이창숙이를 좋아합니다." 엎드려 있던 녀석들까지 벌떡 일어나 책상을 두드리고 난리가 났다. 이후 반장 정정렬과 부반장 이창숙은 아이들이 인정하는 공식 커플이 되었다.

한때 해프닝일 줄 알았는데 둘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몇년 후 정렬이가 군복을 입고 창숙이를 데리고 인사를 왔다. 예쁜 교제를 하고 있었다.



그 후 나는 미국으로 왔고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10여 명의 제자들을 만난 자리에 두 사람은 부부로 참석했다. 그때 정렬이가 말했다. "선생님이 그때 저희 중매 서셨잖아요."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중매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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