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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로 떠나는 겨울 여행

새하얀 눈 덮인 산과 호수
'알프스의 피오르' 등 절경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지만 유럽인들 사이에선 오스트리아가 최고의 겨울 여행지로 정평이 나 있다. 겨울왕국 같은 낭만을 품고 있는 데다 그 어느 유럽 도시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특별한 겨울 마켓이 있어 첫손에 꼽힌다. 아헨 호수는 겨울올림픽을 두 번 개최한 눈의 도시 인스브루크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달리면 닿는 휴양지다.

그림 같은 풍경을 따라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면 거짓말처럼 호수가 펼쳐진다. 고도 950m, 최대 깊이 130m가 넘는다. 호수가 자리 잡은 모양새가 마치 산과 산이 맞잡고 호숫물을 높은 대지에 가두어 담아 놓은 듯하다.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호수는 길이 10㎞, 폭 1㎞에 이른다.

티롤주 최대 규모로, '알프스의 피오르' '티롤의 바다'라는 별명을 왜 얻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헨 호수는 캠핑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여름 휴양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겨우내 쌓인 눈이 만들어낸 절경을 만끽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겨울 여행지로도 그만이다. 누구도 밟지 않은 곱고 깨끗한 눈은 사방천지에 내려앉아 있고, 투명한 호수가 새파란 하늘과 눈 덮은 산자락을 거울처럼 담아낸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무엇보다 도시를 벗어난 이런 마을을 여행하는 재미는 마을과 마을을 이동할 때 가장 커진다. 차창을 액자 삼아 경치를 감상하면서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것이야말로 유럽 여행의 백미이니 말이다.

자연 속에서 차분하고 고요한 여행을 즐겼다면 이젠 화려하고 신나는 겨울 마켓을 즐겨볼 때다.

유럽 전역에선 매년 11월 말부터 연말까지 크고 작은 겨울 마켓이 열린다. 독일어권 지역 겨울 마켓의 역사는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장은 주로 교회 앞 광장에서 열렸는데, 교인을 손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잘츠부르크 마켓도 15세기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대성당 앞 광장에 널찍하게 펼쳐진 마켓은 웅장한 바로크 양식 건축물 사이에 촘촘히 자리를 잡았다. 꼬마전구가 반짝이는 가판점마다 아기자기한 용품으로 손님을 끌어당긴다. 정교하게 만든 수공예품, 크리스마스 장식, 향초가 주요 아이템이다.

최고 인기는 먹거리다.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가판점들은 너덧 집 건너 한 곳꼴로 먹거리를 판다. 쿠키와 사탕, 크레페 등 간식을 손에 놓을 틈이 없다. 그중 가장 든든하게 배를 채워 주는 오스트리아 전통 핫도그 '보스나'가 가장 인기다. 바게트 빵 사이에 잘 구운 두툼한 소시지를 끼워 넣고 향신료와 머스터드 등을 첨가한 음식인데, 달짝지근한 음료수를 당기게 만드는 짭짤한 게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을 파는 가게도 붐빈다. 너나 할 것 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데운 와인을 홀짝인다. 축제엔 무릇 술이 빠질 수 없지만 으슬으슬한 유럽 겨울 날씨에 몸을 덥혀 주는 글뤼바인을 도저히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다.

잘츠부르크 마켓이 유럽 정통 스타일이라면 슈타이어 마켓은 개성이 넘친다. 슈타이어는 오버외스터라이히주에 있는 천년 고도(古都)로, 10세기 중세 유럽 건축물의 보고다. 슈베르트가 휴가차 들렀다 가곡 '송어'를 썼을 만큼 음악과도 관련이 깊은 곳이다.

두 개의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슈타이어는 철강 산업으로 일찍이 부를 일궜다. 크리스마스 마켓에도 도시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대장장이가 판을 펼친다. 뜨거운 불에 달군 쇠를 망치로 수십 번 두드렸다 차가운 물통에 담가 '치이익' 소리가 나도록 식히는 장면은 아기자기한 맛은 없어도 에너지 넘치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겨울이면 오후 4시부터 어둠이 깔리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망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와 겨울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만한 곳도 없다. 고요와 적막 가운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반짝이는 꼬마전구와 환상적인 조명 사이에서 동심을 되찾고 싶을 때도 좋은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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