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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듀 2017, 굿바이 747

채수호 / 자유기고가·뉴저지

아마도 이제까지 세상에 나온 민간항공기 중 가장 인기있는 기종은 보잉(Boeing)사에서 제작한 'B747'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한다.

B747은 동체 앞 기수 부분이 위로 불룩 튀어나온 독특한 외관(Humpback) 때문에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 B707, 727 등 종전의 항공기와는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크기로 점보기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B747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길이 70.6m, 너비 59.6m, 높이 19.3m의 엄청난 크기를 화제로 삼았다. 축구장 크기에 버금가는 넓이와 6층 건물 높이의 어마어마한 쇳덩어리가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생각됐던 것이다. 또 악천후 운항 시 흔들림이 심한 소형항공기에 비해 B747은 웬만한 기상조건 속에서도 탑승감이 부드러워 '하늘의 여왕' '날으는 궁전' 등 우아한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400명에서 550명까지 승객을 태우고 중간 급유 없이 1만km를 무착륙 운항할 수 있는 B747은 대륙간 항공여행의 대중화시대를 앞당겼다. 열명의 승객이 횡렬로 나란히 앉을 수 있는 B747은 최초의 와이드바디(Wide Body.광동체)항공기이기도 하다.



화물전용기로 운항할 경우 100t 이상의 화물을 탑재할 수 있어 본격적인 항공화물 시대를 연 것도 B747이다. B747 화물 전용기는 신속하고 용이한 화물탑재를 위해 기체의 기수 부분 전체를 위로 들어올려 탑재구를 여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되어있다.

한국에 목축업이 자리잡기 시작할 무렵인 1970년대, 소와 말을 미국에서 많이 수입했다. 한번은 200여 마리의 미국산 소를 싣고 한국으로 향하던 B747 화물기가 알라스카 앵커리지 공항에 기착했는데 정비관계로 출발시간이 하루이상 지연됐다. 소들이 굶어죽을 것을 염려한 항공사 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모두 가까운 풀밭으로 나가 소들에게 먹일 풀을 뜯어와야 했다.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항공기 객실에 앉아 여행을 하지만 죽으면 항공수송용 특수 관에 안치돼 화물칸에 실려간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살아있는 몸으로 B747 화물기에 탑승하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오래 전 항공사에 근무할 때 LA 출장을 나왔는데 긴급한 용무로 급히 귀국하라는 본사의 지시를 받았다. 항공편이 모두 만석으로 자리를 구할 수 없자 본사에서는 화물기라도 타고 귀국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처음 타보는 화물기라 불편할 줄 알았으나 천만의 말씀. 화물기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곳은 칵핏(Cockpit)이라 불리우는 조종실이다. 기장과 부기장이 조종석에 앉고 나는 바로 그 뒷자리에 앉았다. 항공기 객실의 조그마한 창문을 통해 내다 본 하늘의 모습과 조종실의 커다란 앞 유리창으로 파노라마처럼 다가오는 하늘의 모습은 천지차이였다. 좌석 뒤에는 완전히 누워 잘 수 있는 침대가 놓여있고 그 옆 냉장고에는 음식과 음료가 가득 들어있었다. 오랫동안 앉아있어 몸이 찌뿌드해지면 화물칸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 양쪽에 적재된 화물들 사이로 난 70m 길이의 통로에서 조깅을 했다.

1970년 미국의 'Pan Am' 항공사에 의해 처음 운항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600여 대가 제작돼 세계의 하늘을 누비던 B747도 이제 지는 해 처럼 뉘엿 뉘엿 사라져가고 있다. 미국 최대의 항공사인 델타 항공은 지난 12월 17일 인천발 디트로이트행 158편을 마지막으로 747 기종의 국제선 운항을 마감했다. 국내선에서도 12월 19일 디트로이트를 출발한 고별비행편 747이 그 항공기가 태어난 시애틀 에버렛 보잉필드에 도착한 것을 마지막으로 747기종이 퇴역됐다. 아직까지 독일의 루프트한자, 영국의 브리티쉬항공, 한국의 대한항공 등이 747을 운항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보다 연료효율이 높고 경제적인 신기종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듀 2017, 굿바이 B747 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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