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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비트코인 광풍의 부작용

부소현 / JTBC LA특파원
부소현 / JTBC LA특파원  

[LA중앙일보] 발행 2018/01/02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8/01/01 12:53

1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너 돈 좀 벌어볼래?" 한국에 있는 친구가 대뜸 물었다. "돈? 어떻게?". "비트코인 알지?" 친구는 비트코인 투자로 한 달도 안돼 2000만 원을 벌었다고 했다. 가격이 계속 올라갈 거라며 본인은 대출까지 받아 몽땅 비트코인을 샀다고 했다.

과장이 없는 친구라 처음엔 솔깃했다. 방법을 물으니 일단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좀 이상했다. 대체 어떤 회사인지 알 길이 없었다. 영문으로 돼 있는데 회사 주소도, 대표자 성명도 명시돼 있지 않고 비트코인 구매도 피라미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Fraud(사기)'라는 글이 많기에 친구에게 알렸지만 귀 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요즘 같은 경기에 되는 건 이것뿐 이라며 가격 오르는 재미에 잠도 안 온다며 좋아했다. 더 말려보려 했지만 수익금이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온다니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쭉쭉 올랐다. 비트코인의 고공행진은 연일 계속됐다. 비록 투자는 안 했지만 비트코인 때문에 빚까지 얻었다는 친구 걱정에 가격 변동을 들여다 보자니 그때 나도 좀 사둘 걸 그랬나 후회도 됐다. 몇 달 후 축하도 할 겸 부러움도 전할 겸 한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돈 많이 벌어 좋겠다!" 하지만, 돌아온 답이 황망하다. "2억 날렸어…" 친구가 가입을 권했던 비트코인 관련 사이트는 우려했던 대로 '사기'였다. 친구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르자 투자한 돈을 빼낼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지만 주체가 불분명해 소송도 어려운 상황이라니 답답했다.

암호화폐 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더 거세다.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20% 정도 높은데도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 정도가 원화로 결제되고 있다고 한다니 놀랍다. 1년 전만 해도 700~800 달러 선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이 최근 2만 달러에 육박하면서 투기 과열에 기름을 부었다.

한 구인 사이트에서 직장인 941명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3%가 '비트코인 등과 같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는 셈이다. 암호화폐 열풍에 학업과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미성년자들이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등 부작용까지 속출하자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 우선 올해부터 미성년자의 암호화폐 사이트 가입 및 매매, 구매, 입·출금을 금지 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들까지 비트코인 투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부모의 개인정보나 휴대폰을 통해 성인 인증이 가능한 편법을 쓴다면 규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비트코인 투자로 쓴맛을 본 친구는 최근 작은 사업을 시작해 바쁘다. 경쟁 업체들을 이기려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하루 48시간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푸념을 늘어놨지만 목소리에 생기가 넘쳤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에너지의 원천이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꿈을 향한 땀과 노력이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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