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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새로운 시험지

박비오 신부 /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박비오 신부 /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LA중앙일보] 발행 2018/01/02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1/01 13:00

한 소년이 떨리는 입술로 내 책상에 왔었네. 수업이 끝났을 때! "저에게 새 시험지를 주시겠어요, 선생님? 이것은 망쳤거든요." 나는 그의 시험지를 받았네. 온통 때 묻고 얼룩진! 그리고 그에게 새것을 주었네. 하나도 때 묻지 않은! 그 다음에 그의 거친 마음에 나는 미소 지었네. "이번엔 더 잘해 보렴. 내 아이야!"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옥좌에 갔다네. 그 한 해가 끝났을 때! "저에게 새로운 한 해를 주시겠습니까, 주님? 이번 한 해는 망쳐 버렸거든요." 그분은 나의 한 해를 받으셨네. 온통 때 묻고 얼룩진!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한 해를 주셨네. 하나도 때 묻지 않은! 그 다음에 나의 지친 마음에 그분은 미소 지으셨네. "이번엔 더 잘해 보렴. 내 아이야!"

새해가 밝았다. 오늘은 어제에 이은 평범한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간이다.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지 설레는 마음으로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교회는 우리에게 '인생이란 사랑을 배워가는 여정'이라고 가르친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배우고, 그분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시간이라고.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자신을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봉헌할 수 있어야 한다.(로마 12,1; 에페 5,2)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다하여 사랑으로 서로 너그럽게 대하고(에페 4,2),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며(필리 2,4),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1테살 5,11)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도는 필수사항이다. 성실한 기도생활이 우리에게 고마워하는 마음 간직하게 할 것이고, 그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신앙인과 종교인을 구별하는 기준이다.(1테살 5,18)

우리 앞에 그 어떤 점도 찍히지 않은 새로운 시험지가 주어졌다. 성령에 이끌려 그곳에 모두를 신명나게 하는 사랑의 악보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자. 일획을 긋기 전에 먼저 구도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잘 잡힌 구도 안에서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니까.

구도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그 안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좋은 작품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구도 안에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스케치를 하고 재능이라는 물감을 풀자. 그때 소박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내가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성령께서 이끄시는 흐름을 타보자. 실수와 부족함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잘못했음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 속에 담긴 하느님의 섭리를 묵상하자. 서로 잘못을 고쳐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서로에게 담긴 하느님의 선물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자. 꿈을 갖고 그 꿈이 실현되도록 기도하자.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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