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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4년 내 "젊은 보수 백인 판사로"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1/03 미주판 4면 기사입력 2018/01/02 18:12

반이민정책 제동 걸린 트럼프
견제 권한 막강한 사법부 재편 총력

취임 후 지명 법관 다수 백인 남성
낙태·동성애 반대 보수주의자 일색
올해 168명 입맛대로 교체 가능


미국에선 지난달 13일 연방상원 법사위에서 열린 매튜 피터슨(47) 워싱턴DC 연방지법 판사 지명자의 청문회 동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민주당 셀던 와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이 다음날 트위터에 안타까운 한숨.탄식을 뜻하는 'Hoo-boy'란 글과 함께 올린 피터슨의 영상은 지금까지 870만회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피터슨은 공화당 법사위원인 존 케네디 의원이 던진 기본적인 재판 용어와 절차에 대한 질문에 하나도 제대로 답변을 못한 채 쩔쩔맸다. 배심원에 편견을 줄 수 있는 유해 증인 배제 신청의 뜻도 답변 못한 게 대표적이었다.

피터슨은 로펌 변호사 출신으로 연방선거위원장까지 지냈지만 "민·형사 배심원 재판은 물론 판결을 받는 재판의 송무 경험이 전혀 없다"며 질문마다 "노"를 연발했다. "연방증거법을 언제 마지막으로 읽었나"는 질문엔 "로스쿨 다닐 때"라고 답했다. 피터슨은 결국 청문회 사흘 만에 지명자에서 스스로 사퇴했다.

피터슨의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래 밀어붙이고 있는 사법부의 전면 물갈이 작업에 비교하면 작은 사고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수주 전 이미 자신의 법률참모인 도널드 맥겐 현 백악관 고문에게 사법부를 젊은 보수주의자로 재편할 계획을 마련해 지시했고 맥겐이 마련한 계획대로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당시 맥겐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연방법관 잠재 후보군 명단도 마련했는데 인선 코드는 '젊은 백인 남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사망한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후임으로 열성적인 보수주의자인 닐 고서치(50) 대법관을 지난 2월 지명한 게 사법부 재편의 신호탄이었이다. 고서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하버드대 로스쿨 동기이지만 학창시절부터 낙태와 동성애 반대 등 보수주의 신념을 분명히 해왔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보수주의 법조인 단체인 연방주의자협회 회장 출신으로 낙태를 노예제도에 비견하는 글을 썼던 존 부시(53)와 특정범죄자는 전기충격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테파노스 비바스(48)를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해 인준까지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법관 1명을 비롯해 모두 19명의 연방법관을 상원 인준까지 통과시켜 임명했다.

특히 한국 고등법원격인 연방항소법원 판사 12명 임명은 역대 기록이다.

재임 8년간 모두 402명의 연방법관을 임명한 기록을 갖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첫 해엔 8명밖에 임명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전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 3명을 임명하는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해동안 지명한 연방법관 59명의 성별·인종적 구성을 뜯어보면 실제로 백인(91%)과 남성(81%)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백인 94%, 남성 92%) 이후 법관의 다양성을 가장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마지막 해 여성 50%, 흑인 17%, 아시안 11% 등 구성을 크게 다양화해 연방법관 51명을 지명했던 것과 정반대다. 그래도 '보수 사법부' 재편에 목을 매고 있는 트럼프 정권은 아랑곳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계는 5%, 라틴계는 2%, 흑인은 0.2%만 연방법관으로 지명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 내 사법부 재편이 가능한 것은 퇴임 예정자까지 포함해 올해 연방법원 판사 공석이 16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미 연방사법센터(FJC) 판사 데이타를 통해 대통령별로 연방법관의 임명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168명을 모두 임명할 경우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사법권력 대이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법원은 5대 4로 보수성향 대법관이 우위다. 하지만 연방법원 전체로는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오바마 등 민주당 대통령 시절 임명한 연방법관이 52.1%로 레이건 이후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법관 비중 47.9%보다 많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공석인 연방법관 168명을 모두 지명해 상원 인준까지 마칠 경우 비율은 공화당 54.1% 대 민주당 45.9%로 역전된다.

대법관도 현재 루스 긴즈버그(84.빌 클린턴 임명), 앤서니 케네디(81.레이건), 스티븐 브레어(79.클린턴) 대법관이 고령이라 트럼프는 4년 임기 중 최소 한 두 명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김명수 대법원장 11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 것을 포함해 재임중 대법관 13명 헌법재판관 8명을 임명할 수 있는 것과 닮은 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 장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에 제동을 걸 정도로 미국 사법부의 대통령 견제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슬람국가 국민 입국금지 행정명령은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의 시행중지 결정에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결국 두 차례 명령 수정 끝에 고서치 대법관이 합류한 대법원에서 시행 유지 판결을 받아냈다. 이밖에도 인터넷 사업자가 고객별로 서비스에 차등을 둘 수 있게 한 '인터넷 망중립성' 폐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치뤄야할 사법전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 장악을 서두는 것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수사와 과거 성추행 의혹 등 앞으로 본인과 직결된 재판 및 탄핵절차 등을 대비한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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