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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안정 기조 위에 개혁해야

송장길/언론인·수필가
송장길/언론인·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8/01/03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1/02 20:42

한국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출범을 겪으면서 커다란 변동의 파도를 탔다. 정치는 물론, 사회와 문화, 경제가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극심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인 것이다. 변화가 너무 급격하고 커서 지진에 비유할 만하다.

그 여진은 아직도 나라 구석구석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정상적인 정치일정이 아니고, 광화문을 흔든 '촛불시위' 사태 끝에 대통령이 탄핵돼 구속까지 되었고,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상승작용을 불러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정치지형은 여야가 바뀌면서 '기운 운동장'이라는 어휘가 성행할 정도로 새 여권에 쏠림현상까지 동반했고, 사회적으로도 기성제도를 겨냥한 재야와 이익단체들의 목소리가 대중을 제압했다.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전 정권의 비리를 캐는 검찰의 칼날은 비상하게 매섭다. 경제면에서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기류가 팽배해 있어 경제구조에까지도 충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침몰은 하나의 큰 해상사고였다. 그러나 그 사고에 덕지덕지 붙은 비리가 가히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총체적으로 망라돼 있어서 국민들의 공분이 충천했던 것이다. 그때 국가와 사회, 특히 정부는 부패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일체화된 여론을 에너지화해서 사회정화에 일대 민족적인 전기를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가쇄신에 느슨했던 정권은 대중의 신뢰를 놓쳤고,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자중지란까지 겹쳐 힘없이 무너져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기세를 몰아 개혁 드라이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전 정권의 비리를 단죄하고, 이어져온 제도와 정책노선도 바꾸는 전략이다. 한·미·일 공조에 거리를 둔다든지, 중국의 사드불만 해소, 한·일위안부협약의 문제 제기 등은 차별화의 결과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탈원전과 비정규직 해결,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은 찬반이 갈리고, 최순실 사건과 블랙리스트, 국정원 특활비 등의 수사는 보복 아닌 적폐청산이 될 지 관심을 끈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부조리의 척결 의지는 누구도 그 자체를 폄하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사회든 어두운 면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들을 광정하겠다는 데에 반대하면 정의롭지 않다. 그러나 그 대상과 시기, 그리고 방법이 국가경영이라는 큰 명제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전략적인 고려가 중요하다. 개혁은 사회를 해치지 않고 이뤄져야 성공한다. 물론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가도 심도있게 성찰해야 한다. 갈등이 크면 부작용과 저항이 드세고, 강하게 밀고 나간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역사는 말해 준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개혁의 과제는 사회적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가 요체다. 그 합법적인 제도가 의회이며, 선거다. 정부나 어떤 세력의 의회를 무시한 독주는 후유증만 남긴다. 불신을 당하는 정치지만, 그래도 의회에 대표성이 있고 토론과정에서 여과되고 중지를 모을 수 있다. 복잡다단한 미국의 안정적 국정은 의회의 정밀한 여과의 공이 크다. 이념주위(Ideocracy) 위에 공동체주의(Commcracy)가 있고, 그 위에 민주주의(Democracy)가 있다. 어떤 이유라도 국익과 민주주의 원칙을 넘으면 안 되고, 안정 위에서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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