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윌셔 플레이스] 긍정의 에너지

 언뜻 투박해 보이지만 실은 공들여 빚어낸 질그릇.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소울 뮤지션. 이 여인에 꽂힌 이가 버락 오바마다. 그에 따르면 위로가 되며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가르침까지 준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인디아 아리가 그런 가수다.

오바마는 알려진 대로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변화로 꽉 채웠다.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은데도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 자리를 꿰차고 이어 백악관까지 차지하게 된 데는 인디아 아리의 공이 작아 보이지 않는다.

변화, 변화, 변화. 오바마의 유세현장엔 인디아 아리의 대표곡 '희망이 있네요(There's Hope)'가 울림이 돼 퍼졌다. 변화와 희망이 함께 어우러져 가는 곳마다 인파가 넘쳐났다.



"가진 게 적었던 때는 난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뭐 이래, 백만 달러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지 뭐야/ 그제야 깨달았지/ 자동차가 크고 멋지다고 다가 아니야/ 네 마음속 믿음의 크기가 중요하지."

중저음의 넓고 깊으면서 쫄깃한 리듬이 이어진다.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코러스 대목이다. "희망이 있네요/ 미소 짓는 데 돈이 드나/ 웃는 데 돈을 내야 하나/ 주님께 감사해요/ 희망이 있네요."

"TV를 켤 때마다 (희망이 있네요)/ 누군가 미친 짓을 하는데도 (희망이 있네요)/ 개스값이 오르는데도 (희망이 있네요)/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희망이 있네요)/ 진실되게 살아가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왜냐구? 희망이 있기 때문이죠."

변화를 화두로 내걸고 담대한 개혁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오바마. 재임 초기 지지율 60%가 퇴임 직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정권말기에 나타나는 권력의 누수현상 곧 레임덕을 겪지 않아 새로운 역사를 썼다. 노랫말처럼 희망을 심어줬기 때문일 터.

인디아 아리는 '긍정의 음악' 이른바 '파지 뮤직(posi music)'의 마술사다. 그래서인지 가사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난 비디오에 나오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수퍼모델처럼 잘 빠지지도 않았구/ 그래도 난 날 무조건 사랑할 줄 알아/ 난 여왕이거든." 어느 자리에 있든 자신이 생각하기에 인생이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인디아 아리가 나오기 전에는 누가 있었을까. '대중음악의 불멸' 빙 크로스비. 그가 부른 '긍정을 강조하세요(Accentuate the Positive)'는 '파지 음악'의 원조로 꼽힌다.

"긍정적인 것만 강조하세요/ 부정적인 건 없애버리고/ 어설프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과는 섞여 지내지 마시고."

그러면서 왜 긍정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성경에 빗댔다. "고래 뱃속의 요나, 방주의 노아/ 그들은 뭘 했을까요/ 모든 것이 깜깜하게 보였을 텐데/ 이봐요, 그들은 긍정적인 것만 강조해야 한다고 했어요/ 부정적인 생각일랑 아예 접어두고."

노래가 나온 때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이다. 전쟁의 참화, 파괴, 상실감과 자괴감 등 네거티브가 일상을 지배했을 때다. 그런데도 희망을 노래했다. 삶은 어쨌거나 살아야 하니까. '파지 음악'이 팝의 한 장르로 태어난 배경이다.

대체 긍정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인디아 아리의 말대로 웃음이 아닐지 싶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우리말도 있지 않은가.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온갖 핍박을 받았던 한민족이 생존을 이어온 원동력도 알고 보면 웃음이다.

새해엔 억지로라도 하루 한 번 이상은 크게 '하하하' 웃어보자. 웃음과 긍정으로 가득한 세상. 삶에 활기가 펄펄 묻어날 게다. 웃는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닐진대.


박용필 / 논설고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