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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 칼럼] 아시아 사람이 싫다는 중국인 배척법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놀 때 아주 가끔 벌어지는 일이 ‘따돌리기’이다. 지금은 말이 변해 ‘왕따’라는 단어를 주로 쓴다. 소위 ‘왕따’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조금 이질적인 친구를 따돌림으로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더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나 이러한 일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기에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어른들 사회에서도 이렇게 유치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비열하게 시행되었던 ‘왕따’가 바로 ‘중국인 배척법’이다. 영어로는 ‘Chinese Exclusion Act’라고 부른다.

동양인이 미국에 이주하여 온 것은 18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캘리포니아가 미국 땅에 편입되고 그곳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중국으로부터 이민자가 건너오기 시작했다. 금광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후 금광에 금이 바닥났다. 그러나 다행히도 때마침 시작한 대륙횡단 철로 공사장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형편없는 환경 속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은 위험한 철로 공사를 1869년 완성해냈다. 대륙횡단 철로의 성공은 중국인들의 피와 땀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그들은 보상을 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들에 찾아온 것은 보상이 아니라 증오로 가득 찬 멸시와 배척이었다. 금이 쏟아지고 경제가 좋을 때는 백인들의 인심도 좋았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자 얼굴 생김새가 다른 인종들을 배척하고 강한 적개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토끼를 잡고 나자, 토끼를 잡던 사냥개를 삶아 먹겠다는 ‘토사구팽의 마음인 셈이다. 일부 백인들은 극심한 인종차별을 하는 것도 모자라 중국인들을 집단으로 살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백인들이 중국인에 대해 적개심(?)을 갖게 된 주요 이유 중에는 캘리포니아에서의 중국인 인구가 1880년에는 30만 명으로 늘어나서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였다는 점도 있었다. 백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중국인의 수를 제한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중국인 배척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정치인들까지 덩달아 주장했다. 드디어 의회에서 중국인 배척법을 토의하기 시작했으며, 토의 도중에 “중국인은 스스로 살아가기에 두뇌 용량이 부족한 족속이다”라고 공식적으로 주장한 정치인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오히려 이런 정치인이야말로 정상적인 정치인이 될 만한 두뇌 용량을 갖추지 못한 인간이겠지만 말이다.

드디어 1882년 중국인 배척법이 의회를 통과하여 시행되었다. 처음에는 10년간만 시행하는 것으로 정했으나 1892년 2차 배척법에 의해 10년 연장되고, 1902년 3차 배척법에서 영구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중국인 배척법의 주요 내용은 중국인 이민을 전면 금지하고,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은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없고, 재산을 소유할 수 없으며, 백인과 결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주로 남자로 이루어져 있던 중국인 사회는 여자가 부족하므로 많은 중국인 남자가 숫총각으로 늙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인종의 씨를 말리고 싶었던 백인들의 잔혹 행위라고 하겠다. 이 배척법은 60여 년 동안 시행되다가 1943년에야 폐지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중국이 동맹을 맺는 것을 계기로 폐기한 것이다. 중국인 배척법이 생긴 지 130년 이후인 지난 2012년에 미국 하원은 중국인 배척법에 대해 사과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이전에는 정치인들의 머릿속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중국인 배척법이 백인들이 특별히 중국인들의 이민만 막은 조치이긴 하지만, 아시아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1924년에는 아시아 사람의 이민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1924년의 이민 법안 ‘Johnson-Reed Act’가 그것이다.



중국인 배척법 제정 이후 135년이 지난 지금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하려고 애를 쓰는 특정 국가 이민 및 여행금지가 아시아 사람에게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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