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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연방정부의 마리화나 역주행

제프 세션스 연방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돌연 마리화나에 관한 재량권이 연방정부에 있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마리화나 문제는 주 정부 권한이라고 밝힌 법무부 지침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지침으로 주 정부에 넘긴 재량권을 다시 지침으로 연방정부가 회수했다.

마리화나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전면 허용 쪽으로 큰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세션스 장관의 지침은 역주행으로 보인다.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전면 허용 여론이 절반을 넘어섰고 현실도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갔다. 의료용 마리화나 허용 주가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기호용까지 허용한 주는 여섯 곳, 법제화 이후 시행만 남은 주가 두 곳이다. 지침이 나온 4일에도 버몬트주에서 전면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수적 우세가 근거가 된 것은 아니다. 마리화나를 둘러싼 의학적 견해가 오랜 시간 축적되고 단속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현실이 바탕이 됐다. 행정 권한은 지침을 바꿀 수 있지만 축적된 연구 성과와 현실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세션스 장관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임무는 연방법을 강제하는 것"이라는 4일 발언과 달리 단속 강화를 독려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93명에 이르는 연방검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지침으로 연방정부의 권한은 가져왔지만 권한 행사는 검사 자율에 맡긴다는 이야기다.



가주에는 4명의 연방검사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검사의 결정에 따라 같은 주이면서도 지역에 따라 법 적용이 다를 수 있다. 혹시라도 연방법에 저촉돼 사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세션스 장관의 지침이 역주행이라고 해도 완전히 독단은 아님은 유념해야 한다. '마리화나는 마약이고 헤로인처럼 단속해야 한다'는 세션스의 소신은 소수지만 마리화나 합법화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여론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반대 여론은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환각 작용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꼼꼼히 살펴 단속과 규제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이번 지침의 또 다른 부정적 측면은 연방정부와 가주의 충돌설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과 환경, 세제 개혁 등에서 연방정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가주를 마리화나 합법화 어깃장으로 손보려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 이미 가주를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라고 몰아붙였으니 이런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게다가 세션스가 지침을 발표한 날 트럼프 행정부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가주 등 3개 주 근해에서 대규모 원유·천연가스 해양 굴착 허용 계획을 발표했다. 환경 오염은 물론 어업과 휴양·관광 산업에 타격을 줄 계획에 가주는 발끈했다. 케빈 드 레온 가주 상원의원이 마리화나 지침에 대해 "의심할 여지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가주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반발한 것은 이런 문맥에서 나온 것이다.

마리화나에 대한 소신에서 나온 것이든, 가주와의 갈등에서 나온 것이든 이번 지침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합법적으로 결정된 사안을 장관 지침으로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주의 경우는 버몬트주처럼 의회가 결정한 것도 아니다. 가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했다. 더구나 오랜 기간 이견을 조정해 합의를 이끌어낸 사안을 시행 4일째 지침 하나로 다시 범죄가 될 수 있는 혼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그동안 합의 도출에 쏟은 가주민의 시간과 노력, 투표권을 무시하는 것이다. 가주를 겨냥했다는 주장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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