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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절차는 불법, 그러나 아기가 너무 어렸다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시카고 중앙일보] 발행 2018/01/10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8/01/09 14:57

양국 정부와 주·연방 법원까지
40여 담당자 매일 상황 공유
시카고 법정 급박하게 돌아가

한국에서 온 불법 입양아기의 양육권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시카고 다운타운의 덕슨 연방법원 청사. [덕슨연방법원 홈페이지]

한국에서 온 불법 입양아기의 양육권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시카고 다운타운의 덕슨 연방법원 청사. [덕슨연방법원 홈페이지]

한미 해외입양 65년 ⑨‘아기의 최선의 이익’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

한국아기를 둘러싸고 수개월간 지속된 법정공방의 미국측 주요 액터는, 주한 미국 대사관, 국토안보부, 국무부, 일리노이 주법원, 일리노이 연방법원, 그리고 마지막에 아이 송환 절차의 디테일을 결정한 법원 지정 소송후견인(Guardian ad Litem)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였다. 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40명이 넘는 담당자들이 워싱턴, 서울, 시카고에서 매일 컨퍼런스콜을 통해서 상황을 공유해야 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갔다.

미국인 A씨는 한국 입양법과 미국 이민법을 위반해서 한국아기를 미국에 입국시켰고, 아기를 불법체류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만으로 국토안보부가 아기를 바로 분리하여 한국으로 추방하지는 못했다. 이미 일리노이 주법원은 A씨의 불법행위를 알지 못한 채 3개월의 한시적 양육권을 허가했다. 다른 한편으로 판사는 주한 미국 대사관 총영사에게 A씨가 주장하는 입양동의라는 쪽지가 일리노이 주법에 의해 합법적인 요건을 갖추었는지, 친모의 진정한 의사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공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물론 주법원은 한국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의 입양을 불허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의 아이의 양육과 입양은 오직 해당 주법에 의거하여 ‘아이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of the Child)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국토안보부와 국무부는 한국 정부와 협의 결과 아기를 인수하여 자국법에 따라 보호하겠다고 하니, A씨로부터 아기를 분리하여 한국에 인계하는 절차를 밟겠다면서, 강제로 보호소로 데리고 갔다. A씨는 즉각 주법원의 한시적 양육권에 의거하여, 아기의 신병을 돌려달라고, 국토안보부 장관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판사는 아기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한국 송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까지는 A씨가 계속 보호하도록 하라는 일종의 임시조치를 결정했다.

일련의 법정 공방 후, 일단 아기는 A씨의 보호를 받으면서, 주법원의 양육권에 대한 결정과 연방법원의 불법체류 여부에 대한 판결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난민보호소인 보건복지부 산하 ORR(Office of Refugee Resettlement)로 넘겨지고, 이어서 한국측 후견인에게 인계되어 한국으로 송환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엄격한 3권 분립, 주와 연방의 독립된 관할이 헌법적 원칙인 미국에서, 무기평등의 원칙(당사자 대등주의)에 걸맞게 재판 당사자인 A씨 부부와 정부가 대등하게 법정에서 무엇이 아이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의인가를 다투어서 결론이 났다.

A씨 부부에게 한시적 양육권을 인정했던 일리노이 주법원 판사는 한국에서 벌어진 상황을 파악하고는 현지에서 입양이라고 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없이 미국으로 데리고 들어온 행위에 대해서 분노를 나타냈다. 그리고 A씨 부부가 아기를 계속해서 양육하는 것이 ‘아이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A씨의 양육권이 사라졌으니, 연방정부는 아기를 ORR로 보내고, 한국으로 송환하는 조치를 실행에 옮겨야 했다. 그러나 생후 1년도 안된 아기에 대한 이런 조치는 미국 사회에서 엄청난 비난 여론이 쏟아질 게 불보듯 뻔했고, 미국 정부는 정작 마지막 순간에는 미온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판사가 직권으로 선임한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이자, 난민아동 권리보호의 전문가인 Guardian ad Litem (소송 후견인)이 송환절차에 대한 대안을 내놓았다. GAL은 국제입양은 절대 국내입양에 우선할 수 없으며, 한국에 아이를 입양할 가정이 있다면 본국 송환이 최선이라고 했다. 다만, 아기의 월령을 고려하여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정으로부터 분리 횟수를 최소화하는 방법, 즉 A씨 부부로부터 바로 한국의 입양예정 가정으로 인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연방검사들은 A씨 부부를 기소하지 않았다. 아기를 돌려보낸 것이 이미 충분한 처벌이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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