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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개 팔자가 상팔자

"도시에 사는/ 고모네 개가 죽었대요/ 내일 장례식이래요/ 빈손으로 그냥 가야 하나" 어쩌나 "저녁 내내/ 아버지랑 어머니랑 다투는 데요/ 아버지는/ '개도 정들면 사람보다 낫다고'//어머니는/ '아무리 그래도/ 개가 죽었는데 조의금이라니요" 민망해 하는 얼굴이다. "오늘, 어떤 결정이 날지/ 아무도 몰라요"(서정홍의 동시 '아무도 몰라요' 중에서)

궁금하다. 개 장례식이, 조의금은? 하여튼 세태가 이 정도로 달라졌다. 시쳇말로 '개판'이다.

'개도 정들면 사람보다 낫다'는 속담은 참이다.

한때 국정교과서의 표지모델로, '철수, 영희'와 뗄 수 없는 '국민 개' 바둑이를 기억할 것이다. 개는 그렇게 우리에게 정감 넘치는 친근한 동물이다.



개는 지구상 수많은 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화되고, 수렵 등으로 오랫동안 인간과 애환을 함께하며 협동해 왔기에, 동반자로서 위상이 확고한 동물이다.

최근에 고고학자들은 호모사피엔스(현생인류)가 대략 3만 5천 년 전부터 개와 상호유대관계를 이루어왔다고 주장한다. 인간에게 최초의 친구인 셈이다.

장구한 세월을 함께 하면서, 개는 순종, 의리, 수호와 용맹의 상징으로 인간에게 각인되었다. 영리함과 특유의 붙임성은 장애인과 노약자의 도우미로, 예민한 청각과 후각으로는 탐지견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이제는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무엇보다 한번 마음을 주면 절대로 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죽음도 불사하는 헌신과 맹목적 충직성을 지닌 것은 개만의 특성이기도 하다.

동서를 막론하고, 주인을 위한 희생과 목숨 바쳐 주인을 위기에서 구한 '의로운 개'의 감동적인 설화와 실화는, 언론매체를 통해 적잖게 알려진바 있다.

그리하여 서양에서는 일찍이 애견문화가 형성되어 확산되었다. 한국은 20세기 초, 애견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해, 비약적 경제성장과 88올림픽이 계기가 되어 익숙하고 친근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무한경쟁으로 인간관계가 삭막해지고 고령화, 저출산, 핵가족의 보편화가 세계적인 추세다.

그 와중에 개는 재롱떠는 '살아 있는 장난감'에 불과해 단순한 감성적 교감 관계인 애완(愛玩)을 넘어, 평생을 함께할 반려(伴侶)가 된다. 책임을 동반한 인격적 교류로 확장된 '동반자' 개념으로 치환되어, 인간의 고독과 정서적 결핍을 보듬고 순정 어린 친밀과 소통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치유의 존재가 된 것이다.

미국 미주리대 의대와 마이애미대 노인학과 공동연구팀은,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평균 2-5년을 더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으로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달라져도, 견공의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극진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는 가족의 일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 견공장례식에 참석하고 조의금을 내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바야흐로 '개 팔자가 상팔자'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musagusa@naver.com


박재욱 법사/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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