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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화 '신과함께'와 인과응보

영화 '신과함께'가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의 모든 죄가 공소시효 없이 저승에서 공정하게 심판받는다는 '인과응보'의 카드가 가족애와 맞물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인과응보',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를 유발한다는 말이다. '사필귀정'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x값이 주어지면 당연하게 y값이 정해지는 y=f(x) 함수 공식은 어쩌면 가장 당연하고 이치에 맞는 인과응보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과응보를 주로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이나 상대방에게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내가 바라보는 관념과 잣대에 의한 원인, 그리고 그 결과의 테두리 속에서 상대 또는 타인의 성취나 불행을 판단하려 하진 않았는지, 어쩌면 넌지시 '충고'라는 명목 아래 그들과 대비되는 나를 위로하려고 했던 적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타인이 나에게 인과응보를 적용하여 충고하거나 위로하려 들 때 우리는 그것을 수용하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혹 이를 받아 들인다 해도 속으로는 그대들이 모르는 나만의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결과에 대한 응보를 억울한 심정으로 분개하기도 한다.

반면 만약 그 충고나 위로가 나의 행복과 성취에 대한 것이라면 남들이 모르는 부끄러운 원인들은 애써 외면한 채 결과에 순응하려 할 때도 더러 있다.

우리의 삶을 어떤 함수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한 영역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무엇이 정확한 원인이고 어떤 결과가 그로 인한 것인지는 우리 자신도 명확히 정의 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하물며 타인이 평가할 수 없는 영역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y=f(x) 함수에서 변수 x가 서로 다른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있을 수 있고, 변수가 하나가 아닌 여러 종류일 때에도 함숫값은 여전히 하나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변수가 그 결과를 가져오는 참 원인인지는 딱 꼬집어 지적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은 '충고'라는 말이 있다. 상대의 영역에 개입해서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나아가 충고로까지 이어지는 친절한 우리들의 모습. 우리 모두 한 번 쯤은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이 아니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인과응보의 정당성은 새옹지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방의 노인은 그에게 주어진 어떤 원인과 결과들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이러쿵 저러쿵 위로하려 들고 부러워했던 것은 정작 노인이 아닌 그의 주변인들이었다. 인과응보는 정의와 도덕적인 인간의 삶을 위해 새겨두어야 할 금언이지만 그것은 오로지 나 자신에 한하여 적용하고 반추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후에는 어떤 인과응보가 적용될까.

영화 '신과함께'에서 처럼 염라대왕이 우리들 삶의 난해한 함수를 파악하여 그에 걸맞는 과보를 내리지는 않을지 추측해본다.


홍희정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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