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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보수가 개혁하지 못할 때

우리 한민족은 자기를 지켜내는 보전능력은 뛰어난 데가 있다. 외세로부터 끊임없는 정복과 약탈을 받아왔으면서도 한민족은 한 번도 명맥이 끊긴 적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변 국가 중 중국에 동화되지 않은 나라가 없었는데도 우리 한민족만은 연연히 왕조를 유지해 왔을 뿐 아니라 40년에 걸친 일본의 강탈 속에서도 임시정부의 맥을 이어온 대단한 민족이다.

그러한 자기 보전 능력은 미국이나 중국 등지에 나와 살고 있는 해외 한민족에게도 고스란히 전수돼 현지에서 한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훌륭하게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미국 내 한인사회는 해가 갈수록 질적으로 더욱 성장해가며 전 세계 디아스포라의 견인차 역할을 해 가고 있음을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이 같은 자기 보전능력은 때로 너무 지나친 나머지 개혁과 변화에 부정적인 면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이나 서구에서 왕조의 지속기간이 300년을 넘지 않은 것에 비해 신라나 고려, 조선의 왕조는 약속이나 한 듯이 각기 500년의 수명을 유지했었다. 이는 한번 왕권을 잡으면 놓지 않으려는 보수성과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는 민족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변화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증거다. 변화를 거부하면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나 이미 생명이 끊어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은 담대한 변혁을 요구 받고 있다. 그것은 한 사람에 대한 탄핵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관행이라는 이름을 빌려 수십 년 동안 자행돼온 인적·제도적 비리와 불의를 척결하고 시대정신에 맞지 않은 헌법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열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더 불행한 것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국민 앞에 진솔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는 대신 '보수를 궤멸하기 위한 것'이라느니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느니 하며 본질과는 전혀 다른 데로 시선을 쏠리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부패하고 치사한 것이 보수라면 차라리 궤멸되는 게 낫지 않은가.

지금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순리로 말하자면 4·19혁명 뒤의 자유당이나 5·16 군사정변을 겪은 민주당처럼 한국 정치사에서 간판을 내렸어야 할 정당이다. 기어이 살아남을 의사가 있었다면 국민 앞에 읍참마속의 진정성을 보이고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는 용기를 보였어야 했다. 아직도 케케묵은 좌파 타령만 되풀이하거나 사사건건 정쟁이나 벌이고 그것도 모자라 단지 세가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약속했던 개헌마저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얻고 싶은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남북문제에 대한 그들의 변치 않는 냉전적 수구적 작태다. 북핵문제로 전쟁 일보 전까지 이르면서 그렇게 불안하던 일을 생각하면 우선 올림픽을 평화롭게 개최할 수 있게 되고 그 일이 마중물이 되어 북미 간 협상으로 이어지며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만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데, '비핵화 없는 남북대화'는 하지 말라며 생떼를 쓰는 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클 울프가 쓴 '화염과 분노'라는 책이 삽시간에 미국 내 온·오프라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추고 싶은 10여 가지의 비밀이 폭로되면서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정부가 어떻게 이 파고를 넘어설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디서나 보수가 개혁을 하지 못할 때 국민들로부터 지지는커녕 한갓 조롱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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