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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마리아의 노래

'마리아의 노래'는 자신을 통해 이루어진 하느님의 업적과 인류 구원에 감사하며 부른 찬미가이다. 이 노래는 구조와 내용 및 표현에 이르기까지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가 부른 노래와 매우 비슷하고, 시편을 비롯하여 수많은 구약성경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다. 그만큼 마리아는 구약성경에 정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마리아의 노래'는 과거에 이스라엘에게 보여 준 하느님의 업적을 제시한 가운데 그분의 약속이 반드시 성취될 것임을 보증해 주는데 한나와 마리아 두 분 모두 '주님 안에서' 기뻐한다.

기쁨의 근거가 구원자이신 하느님이다. 그분은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고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어버리신다. 당신께 충실한 이들은 대대로 자비를 베푸시고 당신께 맞서는 자들은 깨트려버리신다.

이 노래는 가난한 이들의 구원만을 주제로 하지 않고 현세 질서의 변화도 암시한다. 그저 경제가 발전하고 성장하여 누구나 부자가 되고 힘없던 이들도 목소리를 높이게 되리라고 노래하지 않고, 오히려 재산과 많은 자녀와 권력을 자랑하던 가치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 노래는 하느님 안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가치 체계를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아의 노래'에서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점은 이 노래 안에는 청원기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마리아는 오로지 하느님의 업적과 자비를 찬양드릴 뿐! 이 노래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신앙인들의 삶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인지 한 번 더 묵상하게 한다.

'마리아의 노래'에서 언급되는 하느님은 결코 멀리 떨어져 사는 신이 아니라 인간을 향하는 하느님이고, 수많은 이들을 집단적으로 대충 바라보는 신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굽어 살피시는 인격적인 하느님이다. 이분 앞에서 인간은 '종'이다. 마리아는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루카 1,48)라고 고백하셨는데, 이때 '종'이라는 말을 그리스어로 정확하게 번역하면 '노예'이다.

마리아가 자신을 '주님의 노예'라고 한 것은 주님께서 주신 사명에 자신의 뜻과 의지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그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주님의 종들'을 들어 높이신다.

'마리아의 노래'는 어느 한 개인에게 베푼 하느님의 자비를 묘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노래는 '마치 하느님이 내게 하신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도, 모든 세대에 걸쳐서도 그렇게 행한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마리아의 노래'는 곧 '나의 노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앙인들이 성무일도 저녁기도에서 '마리아의 노래'를 매일 부르는 이유이다.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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