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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침묵의 대재앙

정구현 / 기획취재부장
정구현 / 기획취재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1/29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8/01/28 16:33

'Missing'은 실종을 뜻한다.

실종은 그 어감 때문에 종종 실체가 없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종을 알리는 틀에 박힌 기사들 때문이다. '연기처럼 없어졌다'거나 '증발했다'는 피상적이고 무책임한 표현들이 그렇다.

하지만 사라진 이들의 가족들에게 실종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이어서 매일 아프다. 실재했던 감각들이 의지와 상관없이 되새김질 된다. 보고, 듣고, 만졌던 기억들은 잃어버린 시간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Missing'이라는 단어는 실종자 가족에게만큼은 '잠시 잃어버렸다'고 읽혀진다.

단어의 정의마저 다르게 해석하고 싶은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려고 한다. 감히 짐작조차 못할 실종 가족들의 구체적인 아픔을 알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는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최모(35)씨와 통화에서다. 최씨는 10년전 LA에서 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김모(당시 49세)씨의 딸이다. 친모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다가 14년전에서야 알게됐다. 백방으로 찾았지만 지난해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슬픈 결말로 끝날 것 같았던 엄마찾기 여정은 그녀가 기자에게 '이부 형제들과 외가 친지들을 찾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다시 이어졌다.

다행히 10년 전 사건 파일에서 그녀의 이모 연락처를 찾았고, 외가 식구들과 30여 년 만에 연락이 닿았다. 그녀는 그 기쁨을 '기적'이라 했다.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자가 한 일이라곤 그저 전화 몇 통 돌리는 일 뿐이었다. 전화 한통 만으로 누구나 기적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면, 그 계기를 만들어 보자 했다.

그러기 위해선 또 다른 '최씨들'을 찾아야 했다. 연방, 주, 카운티 정부의 데이터베이스를 뒤지기 시작했다. 실종자 데이터베이스는 더이상 수사당국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올리는 대표적인 데이터베이스를 3개 찾았다. 실종자 수는 10여만명에 달했다. 기자 2명이 열흘 정도 매달려 한인만 추렸다.

인종 정보가 아시안, 기타, 미확인으로 된 실종자를 이름으로 걸러냈다. 이후 실종 지역 현지 언론 홈페이지를 검색해 한인 여부를 검증했다. 전국 한인 실종자 34명을 찾아낸 과정이다.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데이터베이스는 연방법무부 산하 사법연구원이 개발한 '네임어스(NamUs)'다. 홈페이지(findthemissing.org)에는 실종의 구체적 아픔들이 올라와있다.

특히 '신원불명자'들의 정보는 먹먹하다. 이름이 없어 남성은 존 도(John Doe), 여성은 제인 도(Jane Doe)라고 적고 인식번호를 붙였다.

'John Doe 2008'는 얼굴 사진 대신 파란색 가방 사진만 올라와있다. 2008년 5월 위스콘신 텔튼 호숫가에서 발견된 이 가방안에는 아직 돌을 넘기지 못한 유아의 유골이 들어있었다. 가방 옆에선 나무를 깎아만든 십자가가 함께 발견됐다고 한다. 아이의 죽음을 말해주는 증거는 그것뿐이지만 숨겨진 사연은 짐작만으로도 가슴 아프다.

사법연구원은 실종자 찾는 작업에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매달 저널을 발행한다. 지난 저널에서 한 전문가는 실종을 '침묵의 대재앙(Silent mass disaster)'이라고 표현했다. '소리없이 누적되는 실종자수'를 표현한 문구다. 그런데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 해석한다면 '소리 내서 말해주지 않아 생긴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람 봤는데", "낯이 익네", "어디서 봤더라" 말 한마디만으로도 기적은 만들 수 있다.

실종을 사전에서 다시 찾아봤다. 놓치다, 지나치다, 이해하지 못하다, 거르다…. 8번째 뜻이 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Missing'은 그리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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