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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잔소리와 철학자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고 들리고 느끼고 그래서 생각을 시작한다. 어렸을 때 천장에 그려진 무늬가 어젯밤 그대로인 것을 보며 나도 그대로 '나'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했다. '나'라는 존재를 '나' 아닌 존재로서 세상도 보고 '나'도 보고 싶었나 보다.

누구나 깨어있는 한 생각한다. 앉으나 서나 오감을 통해 느끼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이 절로 얽힌다. 옆 차가 좁은 틈으로 신호도 없이 끼어든다. '저런 개똥 같은 놈 봤나, 운전을 어찌 저렇게 해.' 그가 적선하듯 거만스럽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온다. '저런 개똥 같은 양반이 있나, 시건방지긴.' 비싸 보이는 핸드백을 들었다 놨다 한다. '쯧쯧, 저 여인보다 백이 더 크게 보이는군.' 새싹을 본다. '봄은 봄이군.' 그렇게 눈만 뜨면 빈틈없이 생각하게 되고 투덜거리게 된다.

그 투덜거림을 속으로 삭이면 침묵이 되고 입으로 소리를 만들면 말 그대로 잔소리꾼이 되고 만다. 지나친 잔소리는 옆 사람을 피로하게 만드니 잔소리꾼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옛날에 말이 많으면 철학자라고 했는데 요즈음엔 무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뜬 사람도, 뜨고 싶은 사람도 더 뜨고 싶어 하는 세상에 먼저 흰소리 뻥 질러놓고, 그 공을 쫓아가는 사회 지도자들을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는 '나'를 본다. 자칫 철학자의 반열에 들고 싶어 하는 잔소리 개똥 철학자가 될까 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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