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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심교·행교·언교·엄교

작문 수업시간에 매일 한 편씩 작문을 한다. 지난 시간 주제는 '읽고 쓰는 것을 배우기'였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해서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익힌다. 정규과정에 해당하는 12년간은 오롯이 배움을 위해 시간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이후의 시간도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배움에 투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원불교에서는 "교육은 세계를 진화시키는 근원이요 인류를 문명화시키는 기초니, 개인 가정 사회 국가의 성쇠와 흥망을 좌우하는 것이 교육을 잘하고 잘못함에 있다 할 것이다"라며 교육을 강조하고, '지자본위(知者本位)'라 하여 어떤 분야든지 자신보다 능한 사람이 있으면 스승으로 삼아 배울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교육은 다음과 같이 하라고 가르친다.



첫째는 심교(心敎). 바르고 착하고 평탄하게 마음을 가져서 자녀로 하여금 그 마음을 먼저 본받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행교(行敎). 자신이 먼저 실행하고 행동에 법도가 있어서 자녀로 하여금 저절로 그 실행을 본받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언교(言敎). 성현들과 위인들의 선행을 많이 일러 주어 그것을 기억하여 본받게 하며 모든 사리를 순순히 타일러서 가르치는 것이다. 넷째는 엄교(嚴敎). 이는 철없는 때에 부득이 위엄으로 가르치는 방법으로, 자주 쓸 법은 아니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교육의 사전상 의미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최소한 한국의 경우 이 부분은 딱히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작년에 방문한 조카가 2살 된 딸에게 발레를 가르친다고 해서 놀랐더니, 생후 2개월부터 수영을 가르치는 엄마도 있다며 한 술 더 뜬다. 초등학교만 가면 안 배우는 것이 없고, 시간도 가히 살인적이다. 중학생이 되면 오후 10시에 귀가하는 것이 별로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 오히려 배우기를 줄이라고 말려야 할 판국이다.

문제는 정신교육이라 할 수 있는 도학 교육이다. 차를 움직이는 테크놀러지가 지식과 기술이라면, 어디로 가야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신의 힘, 즉 지혜와 자비심이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 이해와 사랑이 없는 지식과 기술은 강도의 손에 들린 칼이나 다름 아니다. 도학 교육은 실종된 지 오래다. 한두 시간씩 있는 도덕 시간에는 철학자 이름 외우기에 바쁘고, 정신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할 가정과 종교는 갈수록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대종사께서는 "진화의 근본은 교육이요, 교육 가운데에는 정신 교육이 근본이 되나니, 학문이나 기술은 발전에 필요하기는 하나 진실과 공심 위에 갖추어진 학문과 기술이라야 세상에 이익 주는 학술이 되나니라" 하셨다.

정치인들을 보면 학력은 최고인데, 언행은 중간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는 푸념은 이제 식상할 뿐이다. 진실과 공심에 기초하지 않은 학문과 기술은 무용함에 그치지 않고, 세상은 물론 본인에게까지 치명적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우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센스 있고 똑똑해 보인다. 과학교육과 정신교육의 조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총명함과 재능이 본인의 행복은 물론 이웃과 세계를 위해 크게 빛나기를 염원해 본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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