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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가정상담소 칼럼] 자기-공감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2/06 09:53

최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오랜만에 만난 후배로부터 요즘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현재 대학교수며 결혼생활도 원만하게 잘 꾸려가지만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만 인정받는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공허해진다고 했다.

사실 이런 삶에서는 만족감을 찾기 힘들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부모나 환경에 의해 주어진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간다. 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쉽게 피로하고 지치고 남에게 뒤처지지는 않을까 불안해진다.

지난 연말 뉴욕타임즈에서 텍사스대 교육심리학과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교수는 ‘self-compassion’ 즉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친절, 보살핌, 관심을 똑같이 우리 자신에게 하라고 주문했다. self-compassion은 한국학계에서는 ‘자기-자비’라고 하지만 ‘자애감’ 또는 ‘자기-공감’이라고 번역하면 좋겠다. 이 말에는 ‘우리는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이다’라는 것과 개인적 고통과 실패가 보편적 인간 경험의 일부라는 인식을 포함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보면 기꺼이 친절과 배려를 베풀며 돕고자 하는 연민을 드러내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그런 연민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도리어 자기를 탓하고 비판하며 스스로 때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공감을 갖고 자신을 바라보면 내가 다른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결점있고 실패와 좌절을 겪고 실수도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또 자신을 과장하지 않아도 되고 강점은 강점대로 비판적인 결점은 결점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많이들 self-compassion은 약한 것이라 여기나 실은 그 반대로 자신의 결점과 한계를 인정하는 용기를 주고 자신을 좀 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임상심리학자 크리스토퍼 거머(Christopher K. Germer) 박사는 ‘Self-Compassion’이라는 본인 저서에서 불안, 분노, 두려움 등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힐 때, 자기-공감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면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다양한 심리학 및 뇌과학 연구사례와 명상 수련법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있다.

힘들고 괴로울 때 일수록 자신에게로 눈을 돌려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이 어떤지를 알아차리고 스스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준다면 어려움과 시련이 닥쳐도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감정과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오래 전 돌아가신 시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자신의 나쁜 습관을 ‘반드시 고치고 말거야’라고 하면 ‘내가 왜 그랬지’, ‘내가 또 실수했구나’라며 자책하게 되지만, 관용을 갖고 자신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나쁜 습관도 서서히 고쳐지게 된다고 하셨다. 우리는 이 경쟁사회를 피할 수 없다. 결국 피할 수 없는 경쟁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나의 부족함과 결함에 관대해지고 자신을 사랑으로 다독여 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소연/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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