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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Too"…불이익 두려워 신고도 못해

[LA중앙일보] 발행 2018/02/07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8/02/06 21:24

한인사회 '미투 캠페인'의 현실
내부서 성폭력 문제 제기
한인 직장문화에선 '왕따'
'긁어 부스럼' 싫어 참기도

#. "미투요? 속으로만 말할 뿐이죠."

김은미(가명)씨는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작은 용기를 냈다. 2년 전 한국계 물류 회사 근무시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당한 성추행 피해가 생각나 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접기로 했다. 김씨는 "나 같은 일반인이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결될 일도 없고 당시 불쾌함을 잊으려고 상사가 보냈던 음란성 문자 메시지도 다 지워버린 상태"라며 "변호사도 딱히 증거가 없어 법적으로 특별히 대응하는 게 애매하다고 해서 피해로 인한 아픔은 조용히 가슴에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 신영미(가명)씨는 직장에서 일부 상사들로부터 성적 농담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지만 냉가슴만 앓고 있다. 신씨는 "요즘 '미투'가 이슈인데 사실 내가 처한 환경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며 "솔직히 한인 직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잘못 꺼내면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보복에 시달릴 수 있고 내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동료들이 뒤에서는 지지해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기가 애매한 게 사실상 한인 직장 문화"라고 토로했다.

미주 한인사회는 성폭력 피해의 사각지대일까.

한인 변호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투 캠페인 확산으로 한인 회사 또는 한국 기업, 지상사 등에 소속된 직원들로부터 성폭력 소송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말하는 최근 주요 상담 사례는 ▶성적 농담 및 문자 메시지 전송 ▶회식자리에서 몰래 스킨십 시도 ▶성적 행위 거절로 인한 업무상 차별 ▶업무 외 지속적인 만남 요구 등 다양하다.

김윤상 변호사는 "성관계를 해주면 진급에 도움을 주겠다는 메시지를 피해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사례도 있고 나중에는 계속 괴롭히는 언행을 통해 피해 직원이 스스로 그만두게 만든 경우도 있다"며 "직장내 힘이나 위치를 이용해 성적 학대를 하는 케이스"라고 말했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주류사회에서는 요즘 미투 캠페인 탓에 그나마 적극 대응하려는 분위기지만 한인들은 물리적 피해가 아닐 경우 성희롱이나 성적 농담 같은 가해에 대해서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아한다"며 "게다가 수직적 구조의 한인 직장 특성상 문제를 이슈화했다가 암묵적으로 '트러블 메이커' 취급이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어 불쾌해도 그냥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폭력 문제 제기는 자칫 보복이나 암묵적 차별 등으로 이어진다. 피해자 입장에서 직장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게 성폭력 범죄의 특성이다. 이 때문에 사법 기관은 이 문제를 매우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는 지난해 가주에서만 총 373건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를 수사했다.

EEOC 노수정 검사는 "성희롱은 성별에 상관없이 발생하는데 지난해 남성 피해 사례만도 69건이나 된다"며 "EEOC는 직장 내 불법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해 영어를 못하는 한인이라도 자체 통역을 제공하고 있으며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팀을 구성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실제 EEOC 지난 2012년 전자제품 업체 '프라이즈 일렉트로닉스'를 연방법원에 기소, 성희롱 사건과 보복성 직원 해고에 대해 230만 달러(징벌적 배상 포함)의 보상금 합의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심지어 내부 신고를 한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하거나 보복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자 이를 막기 위해 법도 개정(SB306)됐다. 올해부터 가주 노동청은 직원 당사자의 신고가 없어도 자체적으로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김해원 변호사는 "성희롱 관련 문제가 제기되면 고용주는 즉시 조사를 실시하고 부적절한 행위 방지를 위한 모든 적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며 특히 향후 피해자에게 보이지 않게 불이익을 주거나 보복 행위를 하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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