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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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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8/02/09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8/02/08 18:49

'할머니가 바르는 이 립스틱 때문에 할머니한테서 좋은 냄새가 나?' 작은손녀가 묻는다. 내가 대답하기 전에 큰손녀가 재빨리 말한다. '할머니는 향수를 뿌려!'라고.

손주들이 나의 화장품에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은 그 애들이 내가 사는 환경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큰딸의 아이들인 이 세 녀석들은 단순한 분위기에서 길러지고 있다.

아이들의 엄마인 나의 큰딸은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일요일 아침에는 파머스 마켓에서 채소와 과일을 산다. 이렇게 사는 것이 손주들에게는 노멀이다.

이 꼬마들이 남편과 나랑 함께 지내게 될 때가 있다. 제 집에서는 금지령이 내린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에 오니 좋을 수밖에 없다. 손자가 할아버지와 닌텐도 게임을 시작한다. 두 손녀는 나의 액세서리 서랍을 정돈해 준다고 자기들 방식으로 정리를 해 놓는다. 그 결과 내가 적시에 물건을 찾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볼연지, 아이 섀도, 립스틱을 발라 본다. 아이들은 인간의 피부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화장품을 갖고 놀다가 배운다. 또 색깔의 다양함을 보고, 두 가지나 세 가지의 립스틱을 섞어서 새로운 색상을 만드는 체험도 한다. 상품화된 색깔이 아닌 나만의 색깔을 내 화장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손주들은 남과 달리 보이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터득한다.

너무 자유분방한 어린 시절을 지내도 문제지만, 규제되고 억제된 환경에서 주입된 지식을 받아 먹으며 성장하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나도 그랬다. 때로는 괴로웠고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을 때도 있었다. 단단하고 투명한 벽을 깨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부모가 열어 주는 창문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또 열어주는 문을 통해서 세상으로 나아 간다. 문은 많아도 열리는 문이 몇 개 없을 수도 있다. 닫힌 문 밖의 세계는 '좋지 않다'고 입력되기 쉽고 '틀리다'로 둔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다. 어떤 음식이든지 과식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전혀 금지를 한다면 어느 지점부터 그것들은 '나쁘다'가 되고, 그런 음식을 먹는 것은 '틀린 행위'라고 인식되기 쉽다. 닌텐도 게임이 나쁘다고 가르치기 쉽지만, 닌텐도 게임을 젊었을 때부터 많이 해 온 남편은 복강경 수술의 대가다. 그가 기계를 다루는 손놀림의 정확함이나 결단을 내릴 때의 신속함은 게임을 통한 간접경험에서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작은 경험이, 미세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물이 우리의 성장과정에 상상력을 동원한다. 상상력은 자유로움을 허락한다. 자유로움이 자긍심을 갖게 하고 두려울 수도 있는 나의 길, 남이 가지 않은 나만의 길을 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배우지 않은 것들이 자주 뉴노멀로 다가와도 우리는 세상을 보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몰랐던 것, 보지 못했던 것에 이질감을 갖지 말고 세상을 대하고 나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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