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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경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책'이 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소설이나 잡지에서부터 딱딱한 교과서까지. 책의 종류에 따라 읽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성경이나 불경 등 종교가의 경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정치 사상서를 읽듯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읽어야 할까. 아니면, 경전 내용에 대한 묵상을 주로 해야 할까.

첫째, 머리로 읽어야 한다. 이성과 논리로 이해를 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 홀로 존귀하다'라는 유아독존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고서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진리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요점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사유하고, 토론해야 한다.

둘째, 전체 맥락 속에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논쟁을 할 때, 상대의 주장 중 일부만을 인용해서 반박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와 같은 부분 인용은 그 사람의 주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 가르침에 대한 대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셋째, 내 생활과 대조하며 읽어야 한다. 경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필요하지만, 일반 신자의 입장에서 내 생활과 유리된 가르침은 의미가 없다. 지나친 이론적 탐구보다는 내 생활을 비춰보는 거울로 삼고, 실제 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넷째, 빈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불가의 기본 입장이다. 스포츠의 경우를 보자. 선수가 반칙으로 실격으로 당하면, 당한 쪽에서는 편파 판정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정당한 판정이라고 한다. 예외가 없다. 다들 그 분야의 전문가들인데도 본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는 것이다. 정치인의 경우는 어떤가. 특정 정책에 대한 이해와 판단은 그들의 소신이나 철학이 아닌, 자신이 속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실제로 달라진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대 인지 심리학의 과학적 결론이다.

다섯째, 간절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경전은 기본적으로 지혜와 관련 있는 과목이지만, 염불과 기도의 의미도 갖고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읽으면 지혜는 물론 염불과 기도의 효과도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이다. 다른 색의 안경을 쓰고 있다면 색을 구분하는 별스러운 과학 장비들도 정확한 색을 규명하는데 소용이 없는 것처럼, 착된 마음으로 경전을 본다면, 우리가 그토록 신뢰하던 이성과 논리는 경전을 이해하는데 있어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때로는 진의를 왜곡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마음을 비우는 명상이 경전공부와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언어의 한계를 고려할 때, '경전무오류설'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경전의 자의적 해석은 더욱 위험하다. 손가락(경전)에 집착해서 달(진리)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지만, 손가락을 무시하면 정확한 달의 위치를 찾는 일은 요원해진다. 손가락(경전의 원문)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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