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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다가오는 우주 대항해 시대

일론 머스크가 지난 7일 로켓을 쏘아 올렸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머스크는 스페이스X 창립 이후 우주선 시험을 거듭한 끝에 이날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팰컨 헤비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로켓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태양을 돌게 된다.

로켓이 테슬라 로드스터를 싣고 우주를 달리는 풍경은 이전에 보았던 로켓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국가가 주도했던 우주 사업에서 보았던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머스크의 말처럼 "어쩌면 바보 같고 웃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문이 열리기 시작한 새로운 차원의 우주 시대에서는 머스크의 표현대로 "어쩌면 바보 같고 웃긴 것들이 중요하다."

스페이스X의 로켓은 국가 단위의 연구 결과가 시간이 흐르면서 민간기업으로 넘어오는 긴 역사의 끝 페이지에 해당한다. 인터넷과 GPS가 그랬듯 로켓도 민간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런 면에서 스페이스X 로켓의 성공은 오롯이 머스크의 공은 아니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것에 충격을 받은 뒤 미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1958년 연방항공우주국(NASA)을 발족한 이후 쌓아 올린 실패와 성공이 밑거름되지 않았다면 머스크의 시도도 이렇게 쉽게(?)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60년 동안 쏟아부은 국민들의 세금과 그 덕분에 가능했던 기술 축적과 인재 양성이 민간기업의 '바보 같고 웃긴 것'을 가능케 했다.

팰컨 헤비 로켓 발사 비용은 9000만 달러였다. 국가 단위에서만 가능했던, 자본과 기술 축적의 최고봉이었던 우주 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민간기업이 자본과 기술을 집적했다고 할 수 있다.



국가에서 민간으로 넘어온 로켓이 인터넷이나 GPS처럼 세상을 크게 바꿀지는 알 수 없다. 스페이스X는 당장은 우주 화물 업무를 할 계획이다. 올해에만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사의 통신위성과 미 공군의 군사·과학 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 당장은 화물 사업이지만 목표는 우주여행 이상이다. 머스크는 이미 달과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도 민간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을 창업하고 로켓 실험을 계속하며 민간인 우주 비행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서양은 대항해 시대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했다.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는 유럽의 배가 대양의 항로를 개척하는 모험에 나서면서 무역과 식민지 건설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파괴와 학살, 노예무역 같은 적지 않은 오점도 남겼지만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제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당시의 대항해도 국가나 왕실의 후원이 있기는 했지만 민간 기업이 이익을 찾아 앞다퉈 뛰어들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로드스터의 우주 질주를 놓고 우주 대항해 시대의 서막이 아니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던 대항해 시대는 우주를 배경으로 시즌 2를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주는 대개 냉전시대의 유산 탓에 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날아드는 공포의 공간이었으나 여행과 무역, 탐험의 바다로 바뀌고 있다.

머스크의 말처럼 더 많은 경쟁자가 뛰어든다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일찍 우주를 여행하고 식민지를 건설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외국에 나가 애국자가 되듯 다른 행성을 경험하고 나서야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야 제대로 지구 사랑에 나설지도 모른다. 스티븐 호킹 교수같이 지구 파괴는 시간문제고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도 있다. 호킹 교수는 "화성과 달에 식민지를 세우고 지구 동식물의 종을 보존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그보다는 지구를 사랑하는 게 더 쉽지 싶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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