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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뿌리 흔들리는 한인 2세들

100년이 넘어선 한인 이민 역사에는 1세들의 애환이 녹아있다. 초기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부터 근래에는 빌딩청소, 세탁소, 리커스토어까지 온갖 궂은일은 정착의 토양이 됐다. 그 자양분을 먹고 자란 현세대는 윗세대의 노고를 잊어선 안 된다.

언어 장벽에도 땀과 눈물로 일군 이민 생활이었다. 그 때문에 자녀 세대에게 만큼은 그러한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았던 게 1세대의 심정이었으리라.

한인 부모들의 교육열이 높고 2세들이 아이비리그나 유명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이 높은 데는 간접적으로 그 영향도 있다.

자녀의 대학 간판은 1세대에겐 일종의 보상 또는 훈장이 됐다. 한국어보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자녀가 더 뿌듯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비해 주류와 한인사회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다. 한번쯤 뒤를 돌아볼 때다.

그동안 이민 1세대가 자녀를 주류사회 일원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동안 세대 간의 괴리는 커졌다.

요즘 한인 가정을 보면 부모는 한국어로, 자녀는 영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기본적인 생활 소통은 가능해도 언어 자체에 담긴 정서와 깊은 의미를 통해 마음까지 나누는 데는 서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단순히 언어적 단절이 아닌, 정서의 단절이다. 한인들의 생활 수준 자체는 높아졌지만 '뿌리 교육'을 등한시한 결과다.

한 예로 한인 교회는 이민사회의 축소판이다. 같은 지붕 아래서 예배는 이미 서로 다른 언어와 분리된 공간에서 진행되고 있다. 2세들은 어릴 적 부모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교회에 출석하지만, 대개 고등학교나 대학에 가면 교회를 떠난다. 거기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인 교회와 정서, 문화, 언어 등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탓이다.

뿌리 교육이 빈약하면 다음 세대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재외한인학회에 따르면 미주 한인 2세의 절반 이상이 이미 타인종과 결혼하고 있다. 8세 이하 한인의 혼혈 비율은 43%에 이른다. 이는 곧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이 더 희미해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유대인 교육 방식에 대한 맹목적 지지는 경계해도 그들이 정체성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은 본받아야 한다. 이미 각 나라에 동화돼 살아가면서도 민족의 정체성 만큼은 확고한 게 유대인 아닌가. 수천 년간 터전 없이도 유대 민족의 존립이 지켜질 수 있었던 근간은 뿌리 교육에 있다.

최근 원정출산 실태를 보도했다. 원정출산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한국의 국적법 때문에 애꿎은 동포사회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물론 동포 2세들을 글로벌 인적 자산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동포 사회도 자성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를 탓하기에 앞서 뿌리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가 모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좋은 학벌과 물질의 소유는 '아메리칸 드림'의 척도가 됐다. 그러나 이민자에겐 정체성도 중요하다. 뿌리 없는 나무란 없다.


장열 사회부 차장·종교담당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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