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조무제 칼럼] “다들 우리가 한국인인 거 알거든요”

많은 미주 한인들이 평창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부문 금메달리스트 클로이 김(한국이름 김선)과 아버지 김종진씨를 보면서 완벽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김종진씨는 미국에 이민온 지 36년째이고, 클로이양은 지난 2000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다.

미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몸은 미국에 살면서도, 미국시민이 되어서도 심정적으로는 아직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올림픽경기에도 많은 미주 한인들이 한국 선수들을 응원한다. 물론 미국을 응원하기도 하는데, 한국과 미국이 경기를 하면 딜레마에 빠진다. 미국생활 40년차로 미국에서도 꽤 성공하신 어떤 분은 이런 상황을 ‘머리속 이성적으로는 미국을 응원하는데, 심장은 여전히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인지부조화 또는 정체성의 혼란이 이민 1세대에게는 풀지 못할 숙제다.

대부분 미주 한인들의 가정이 그러하듯이, 클로이 김 패밀리도 미국시민이지만, 할머니와 이모, 삼촌 등 친척들은 거의 모두 한국에 있다. 법적으로는 미국 국가 대표이지만 정서적으로는 한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만은 않다. 클로이를 축하해주고 같은 민족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인터넷 댓글을 보면 ‘미국인인데 왜 그리 열광하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와중에 한국의 동아일보에서 최근 클로이의 아버지 김종진씨와 인터뷰한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에는 김종진씨가 이민 초기에 막일을 하면서 고생하다가 미국 공장에서 정말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게 된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 일하다가 여행사를 차리려고 회사를 관두려는데 그때 사장이 ‘너 같은 한국 사람 한 명 더 데려다 놓고 가라’고 부탁을 하더란다.



김종진씨는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자기는 단지 초과 수당 돈때문에 더 열심히 일했는데, 미국 사람들은 자기를 ‘열심히 일하는 한국사람’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가대표 클로이는 그냥 스노보드 선수가 아니라, 미국에서는 미주 한인(코리안)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클로이가 보드를 잘 타면서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인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줘서 참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다들 우리가 한국인인 거 알거든요.”

클로이는 그냥 스노보드가 좋아서 열심을 다 했을 것이다. 물론 미국 사람들은 클로이를 당연히 미국의 훌륭한 선수로 본다. 그러나 겉으로 말은 안해도, 머리를 블론드로 물들인 클로이가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사실을 다 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연방상원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클로이가 바로 이민문호를 개방할 때 미국이 위대해지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공개적으로 성공한 이민자의 아이콘으로 등장할 정도다.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타 인종과 민족들은 우리가 코리안이라는 것을 다 안다는 것이다. 물론 클로이가 스노보드가 아닌 올림픽의 다른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해서 덜 각광을 받거나 더 각광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각광을 받은 것은 그녀와 아버지가 십여년간 열심을 다해서, 금메달로 나타난 ‘기록’이라는 열매 때문이다. 그 열매때문에 그녀 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까지 덩달아 호평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아버지 김종진씨가 직장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더니, 떠날려면 당신과 똑같은 ‘한국인’을 소개해주고 가라는 말을 들은 것과 같다.

이 이야기가 기독교인들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일을 통해서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은 거룩한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이 사람을 거룩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거룩한 사람이 일을 거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청소를 하든지, 변호사를 하든지, 목회를 하든지, 세탁소나 뷰티서플라이에서 일하든, 무슨 일을 하든지, ‘그만두려면 당신같은 사람을 데려다 주고 가시오’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세상사람들이 말은 안해도 ‘다들 우리가 기독교인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