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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외손녀의 명언

어릴 때 나는 6남매와 함께 한적한 시골에서 자랐다. 그 당시는 6·25 전쟁 발발 직후로 낮에는 국군이 치안유지를, 밤에는 북한군이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때였다고 들었다.

보릿고개와 전쟁의 상흔으로 모든 사람들이 매우 궁핍한 생활을 했었기에 먹거리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건강식이라고 하지만 아침 저녁은 보리밥으로, 저녁은 고구마와 동치미 그리고 어쩌다 특식으로 팥칼국수를 먹을 수 있었으며 팥칼국수를 먹는 그 다음날 아침 우리 6남매는 부모님이 깨우질 않아도 전날 남은 칼국수를 먹기 위해 경쟁적으로 일찍 일어나곤 했었다.

나에게는 7살 난 외손녀가 있다. 어려서부터 잘 먹질 않아서 또래에 비해 키와 체중이 많이 외소한 편이다. 이런 모습을 안타까이 여긴 할머니는 손녀가 올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동분서주하는데 그럼에도 외손녀는 음식에 좀처럼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애가 탄 할머니는 갖가지 방법으로 먹이려고 회유하는데 뜻밖에 하는말 "먹이려면 먹여줘야지"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격세지감 때문에 그리고 미국에서 낳고 자란 아이가 쓰기에는 너무 명언이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손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할머니는 준비한 음식을 먹여주었고 그 광경을 본 나는 혼잣말로 백 번이고 먹여 줄테니 자주 와서 우리 부부를 기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안승철·터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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