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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고교생의 분노, 이번엔 다를까

[LA중앙일보] 발행 2018/02/27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2/26 19:45

이번엔 다를까? 플로리다주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규제 요구의 양상이 이전 참사와 전혀 다르다. 사건 발생 양상은 비슷했지만 대응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판이하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피해자가 전면에서 총기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존자들은 대개 슬픔에 갇혀있었다. 그 충격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다. 대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총기 규제를 외쳤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생존자들은 슬픔을 숨기지도 않았지만 총기가 규제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분노를 억누르지도 않았다. 이들은 교사나 부모,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대독하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소리로 분노했다.

고등학생이기 때문일까. 생존자들은 에두르지 않았다. 어른들처럼 이 눈치 저 눈치 살피지 않았다. 생각 대로, 아는 대로, 그 많은 참사에도 총기 규제가 되지 않는 핵심을 직설적으로, 직선적으로 공격했다. 총기 난사에서 살아남은 열여덟 살 에마 곤살레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와서 얼굴을 맞대고 이번 일이 끔찍한 비극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면 난 기꺼이 그가 전국총기협회(NRA)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 묻겠다"고 외쳤다. 곤살레스는 "사실 난 이미 답을 알고 있다. 3000만 달러"라고 절규했다. 곤살레스는 연설 내내 눈물을 훔쳤지만 슬픔 이상의 단호함으로 소리쳤다. "NRA로부터 기부를 받은 모든 정치인은 부끄러운 줄 알라."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서, 직장에서 총기 난사 참사는 일어났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 총기 규제가 되지 않는 원인이 정치자금을 준 NRA와 이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이라고 이렇게 열정적으로 외친 이들은 없었다.

이전엔 이렇지 않았다. 참사와 추모, 총기 규제 요구, 방어용 무기의 필요를 옹호하는 반론이 오가다 시간은 흐르고 이렇다 할 변화는 없고 다시 참사가 발생했다. 그 사이 총기 난사엔 미국의 전염병이라는 이름표가 붙었고 총기 규제 노력엔 무기력증이란 진단서가 첨부됐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생은 총기 참사의 문제점을 단순명료하게 제시했다. 총기 규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며 경제적 이득을 위한 로비의 결과라는 간결한 시각이다. 수정헌법 2조의 가치나 섹스보다 폭력에 관대한 미국문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자경주의 같은 총기를 둘러싼 복잡한 역사·문화 논쟁에 빠져들지 않았다.

법질서가 수립되지 않았던 혼돈의 시절 총은 생존의 필수품이었다. 법질서가 세워진 지 오래인 지금 총기는 오히려 혼돈을 유발하고 있다. 방어용이 아니라 타인을 대량 살상할 수 있는 AR-15 같은 반자동 소총마저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 학생은 살아남을 권리를 외치며 정치자금을 공격했다. 항공사 등은 NRA와 제휴를 끊고 정치인들은 이전과 달리 NRA 옹호에 소극적이다.

학생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얻자 총기 옹호자들의 반격도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사 무장론을 주장하며 총기엔 총기로 대항해야 한다는 기존의 논리를 내세웠다. 26일엔 NRA와 제휴하지 않겠다는 델타 항공을 향해 조지아주의 케이시 케이글 부주지사가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세제 혜택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서 강력한 메시지로 힘을 모은 학생들은 수업 거부와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곤살레스의 외침대로 목표는 법을 바꾸는 것이다. 때마침 11월엔 중간선거다. 고교생들의 현실 참여가 총기 규제를 실현 가능한 일로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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