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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왕관' 쓰고, 소총 들고 '백년가약'

서한서 기자
서한서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3/01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8/02/28 20:41

현장 속으로: 생추어리 처치 합동결혼식

28일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드랜드에 있는 '세계평화통일안식처(이하 생추어리 처치)'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서 교회 리더들이 총기를 들고 식을 진행하고 있다. [AP]

28일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드랜드에 있는 '세계평화통일안식처(이하 생추어리 처치)'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서 교회 리더들이 총기를 들고 식을 진행하고 있다. [AP]

'총기 결혼식'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시위(왼쪽). 맞은 편에는 한국에서 온 '한미동맹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한·미 동맹 강화를 외치는 시위를 펼쳤다. 서한서 기자

'총기 결혼식'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시위(왼쪽). 맞은 편에는 한국에서 온 '한미동맹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한·미 동맹 강화를 외치는 시위를 펼쳤다. 서한서 기자

"총기 자체 나쁜 것 아냐"
한국서도 170여 명 참석

발칵 뒤집힌 지역사회
주민들 반대 시위 나서

수십 개 언론 취재경쟁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나


왕관을 쓰고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 이들의 손에는 소총이 들려 있었다.

통일교 문선명 전 총재의 막내 아들 문형진(38)씨가 세운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드랜드에 있는 '세계평화통일안식처(이하 생추어리 처치)'에서 28일 열린 합동결혼식의 모습이었다. 이 교회는 뉴욕시에서 서쪽으로 2시간 여 거리에 있다.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합동결혼식은 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생추어리 처치 측이 예식 참석자들에게 총기를 가져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생추어리처치 측은 '참아버지(True Father·문선명)'의 후계자이자 '두 번째 왕(2nd King)'인 문형진 목사가 주례한다면서 이날 예식 참가 부부들에게 "쇠막대(rod of iron)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이 행사로 인해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교회에서 불과 1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 초등학교는 안전 우려로 이날 휴교했다. 언론 수십 곳이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는 등 사회적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생추어리 처치 측의 예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합동결혼식에서 여성들은 모두 하얀색 드레스를 차려 입었고, 남성은 검은색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맸다. 참석자 모두는 머리에 왕관을 썼다. 이 같은 모습은 일반적인 예식 참석자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부부의 인연을 맺는 예식에서 총기를 손에 들고 기뻐하는 모습은 매우 생경했다. 일부는 총알로 만든 왕관을 머리에 쓰기도 했다. 행사장 앞쪽좌석 3열에는 'AR소총 소지자 전용 좌석'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합법 총기 소지 면허를 소지한 100여 명이 총기를 가지고 예식에 참석했다. 주최 측은 "모든 총기는 총알이 장전되지 않은 안전한 상태로 식장에 반입됐다. 총기 소지자는 모두 입장 전 안전 검사를 받았다"며 "총기는 케이스에 보관된 채로 반입됐고 예식 중에만 손에 들고 있었다. 안전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예식 참석자 중 170여 명은 한국에서 왔다. 혼인을 위해 한국 대구에서 왔다는 70대 여성 정모씨는 "미국에 도착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이후 여기저기 다녔다"며 "우리(한국에서 온 사람들)는 총기 소지가 안 되기 때문에 미국 도착 후 한 사격장에 가서 총알을 5발씩 쐈다. 그리고 총기 소지를 입증하는 차원에서 78만원(총기구입 상품권 비용)을 냈다. 총기를 실제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총을 쏠 때 무섭지 않았냐는 질문에 "미국에 오기 전부터 많이 이야기를 들어서 무섭지는 않았다"며 "한국에도 개인의 총기 소지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과 가정, 나라를 지키 위해서는 철장(총기)이 필요하다. 플로리다 참사도 교사가 총기가 없어서 벌어진 것"이라며 총기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종교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느껴졌다. 생추어리처치 지도자인 문형진씨는 총기가 "가족과 커뮤니티, 천일국(이상세계)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상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생추어리 처치 측의 티모시 엘더 세계선교본부장은 "선한 사람에게 총기가 주어지면 사회를 지킬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며 "총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도 교회 인근에서 펼쳐졌다. 피켓을 든 20여 명의 주민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 "총기 숭배" 등을 외쳤다. 주민들의 맞은 편에는 한국에서 온 '한미동맹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한·미 동맹 강화를 외치는 시위를 펼쳤다. 태극기와 성조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 등을 손에 든 이들은 비무장지대에 전술핵 배치, 총기 소지 합법화 등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 측은 "생추어리 처치와 연관은 있지만 산하 단체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시위의 한 여성 회원은 "생추어리 처지 예식 참석도 하고 한미 동맹 강화 시위도 하려고 미국에 왔다"며 "총기 소지를 찬성한다. 한국에서 총도 쏴 봤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예식을 주례한 문형진씨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교회 측은 "오늘은 인터뷰를 사양한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씨는 과거 통일교 지도자로 사실상 낙점됐지만 2012년 문선명 사망 후 3년 뒤인 2015년 교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통일교 2대 총재임을 주장하고 있는 문씨는 2015년 생추어리처리를 세웠다. 교회 측에 따르면 문씨는 이 교회에서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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