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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전화 한 통의 행복

매일 아침 걸려오는 전화. 큰오빠다. "잘 주무셨는가" "기침하셨는가" 인사도 다양하다. 몇달 전 신문에 노인이 아파트에서 혼자 죽어 있었다는 기사가 났다. 죽은 지 3, 4일 만에 발견했단다. 매니저는 그런 일이 1년에 서너번 있다고 했다.

그 순간 남의 일이 아니다 싶었다. 나도 혼자 사는데…. 매일 누군가와 통화를 할 수 있다면. 자녀들, 친구들, 친척들 떠올리다가 LA에 혼자 사시는 큰오빠가 생각났다. 매일 전화를 나누자고 했더니 쾌히 동의하셨다.

80세인 오빠는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30분 간 뛰고 샤워 후 아침 식사, 그리고 나에게 전화를 하신다. 전화가 안 올 경우 내가 오빠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처음엔 안부 정도였지만 몇달 지난 지금은 옛추억 등 이야기도 많아졌다.

어릴 적 어느 겨울 오빠가 최고급 모직옷을 두 벌 사오셨다. 한 달 월급을 다 털어 백화점에서 두 여동생 옷을 사오신 멋있는 오빠다. 나는 그 옷을 입고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았다.



처녀 때 오빠 등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국도를 달리기도 했고, 아침에는 내 더러워진 구두를 닦아주기도 한 오빠다. 요즘도 우리집에 손볼 일이 있을 때 오빠는 연장을 싣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셔서 무엇이든 다 고쳐주신다. 아이들이 독립해 다 떠나보내고 3년 전 남편마저 떠나니 이젠 정말 혼자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매일 아침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서로의 사랑과 관심을 전달해주니까.


홍혜숙 / 실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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