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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너무 막히는 LA도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터미널 맨(The Terminal Man)'에서 주인공은 신호등에 걸려 차를 세우고 독백한다. LA에는 빨강 신호등에 차를 멈춘 거리가 노천카페라고. 멈춰 선 차의 운전석에 앉아 고개를 돌리다 옆 차의 운전자와 눈인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칠 일이 없다고. 대표적인 자동차 도시인 LA의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소설이 나온 1970년대만 해도 도보 문화가 있는 도시 출신에게는 LA가 이렇게 보였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아직 도보 문화의 도시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행자들이 꽤 늘었다.

체감으로 보며 늘어난 것은 보행자만이 아니다. 자전거도 늘었고 차도 늘었다. 프리웨이를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은 당연히 길어졌다. 로컬 길도 마찬가지여서 인구 유입과 아파트 증가를 감안해도 타운 통과에 30여 분까지 걸리는 것은 심각하다.

지금은 길이 곧 노천카페일 정도는 아니겠지만 여전히 LA는 도보 도시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동차 문화가 꽃핀 자동차 천국은 이제 더더욱 아니다. 교통량 증가는 경기가 좋아진 징표이기도 하겠지만 LA시의 교통 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탓도 크다.



LA시는 2016년 대중교통 확충과 고속도로 개선 등에 필요한 예산 1200억 달러를 확보하고 2057년까지 교통체증 시간을 15% 줄이겠다는 선언했다. 1960~70년대 건설된 710번 프리웨이의 차선을 늘리려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최대 60억 달러로 예상되는 투자에 비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단순히 차선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기엔 상황이 너무 악화했다는 것이다.

최근 시행된 LA의 새로운 교통 정책은 '비전 제로'다. 2025년까지 교통사고 관련 사망자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그 효과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현실적으로 상황이 악화한 면이 있다. 당장 보행자 사망이 2년간 오히려 80% 늘었다. 2015년 74건이었으나 지난해 135명이었다. '비전 제로'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 자전거 전용선을 만든 '로드 다이어트'다. 이로 인해 차선이 줄어든 길이 적지 않다. 타운도 그렇다. 차선이 줄어든 로컬 길에선 교통체증이 심해진다. 플라야 델레이의 경우 로드 다이어트 이후 한 차선 길이 늘어나 교통체증이 심각해지자 주민들이 LA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플라야 델레이에서는 연평균 11.6건이던 자동차 관련 사고가 로드 다이어트 이후 4개월 동안 52건으로 늘었다.

비전 제로는 스웨덴이 자전거와 대중교통 출퇴근을 권장하기 위해 1990년대 시행한 정책을 참고했다. 문제는 LA에서 자전거 출퇴근은 1% 선이다. 자동차 이용자는 84%다. 자전거의 권리는 인정해야 하지만 교통체증도 고려했어야 했다.

지난주 교통정보 분석회사 인릭스는 지난해 전 세계 대도시의 교통체증 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교통체증에 갇혀 있는 연평균 시간에서 LA는 102분으로 6년 연속 최악의 도시를 차지했다. 2위는 91시간의 뉴욕과 모스크바였다. LA는 4060스퀘어 마일에 1000만 명이 산다. 뉴욕은 300스퀘어 마일에 800만 명이 산다. 이를 고려하면 LA가 왜 자동차 천국으로 불렸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현재 교통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짐작할 수 있다.

인릭스는 LA의 교통체증으로 개인당 연평균 2828달러를 낭비한다고 추산했다. LA시의 손실은 192억 달러에 이른다. 교통체증과 관련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오래전에 형성됐다. 하지만 예산 확보와 도로 확충 같은 고정된 틀이나 20년 이상 된 외국의 정책 도입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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