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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자식을 놓아주자

자식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다 자기 자식이 남보다 뛰어나고 잘 되기를 소원할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욕심이 자식에게 주는 무게감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아기가 말을 시작하거나 첫걸음을 뗄 경우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당연하고도 신비한 현상을 아이의 천재설로 결론 짓는다. 남보다 좀 더 빠르다 싶으면 그 우월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한다. 반대로 아이가 좀 늦다 싶으면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이나 아닐지 노심초사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라든가 '너는 집안의 기둥' 이런 말들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들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주 당연하고 공공연하게 아이에게 무거운 짐을 떠안기는 말들이다. 갈 길이 먼 자식의 인생 여정에 부모가 못다 이룬 온갖 희망사항으로 성공을 향한 부담이라는 아주 무거운 짐을 지게 한다.

작은 아이가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다. 이 아담하고 섬세한 현악기만큼이나 많은 아시안 스타 연주자들을 탄생시킨 악기도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아이가 재미로 배우게 했다. 마치 레고를 하듯이. 그러니 한 번도 연습하라고 종용한 적이 없었다. 레슨 시간에 즐겁게 배우고 오길 바랐다. 그런데 어느 날 백발의 바이올린 선생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달려와 호통을 쳤다. 왜 '다른 아시안 맘들처럼' 아이를 연습시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난 당황했지만 간단히 사과하고 하기 싫다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여 얼마 후 바이올린을 관뒀다.



오래전,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엄마가 어린 남동생 류를 가르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누나인 미도리처럼 천재 소리를 듣던 류는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팔이 처지지 않게 허리를 펴고 팔을 높이 올리고 있어야만 했고 그 엄마는 그 악기의 끝을 함께 잡아주며 역시 꼼짝 않고 도와주고 있었다.

몇 시간이고 그렇게 연습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엄마다웠다. 하지만 내 경우처럼 재능이 보여서 시켰지만 어떤 이유든 아이가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악기를 억지로 시킨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짐을 하나 떠안겨주는 꼴이 될 뿐이다. '남들처럼' 잘하지는 않지만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는 지금 여전히 피아노도 치고 밴드에서 트럼펫 연주하기를 좋아한다.

물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또 성실하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조언은 한다. 하지만 본인이 찾고 스스로 열심히 하기를 바라지 내가 찾아주고 시키고 싶지는 않다. 만약 학교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난 하나만 묻는다. 최선을 다했는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열심히 했는데 못 했다면 그것은 아이의 잘못도 누구의 탓도 아니다.

미국 대학생이 평균 두 번 이상 전공을 바꾼다고 들었다. 부모가 원하는 유명 의대를 2년 다니다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 스쿨로 가버려서 앓아누웠다는 어떤 이의 얘기도 들었다. 자식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돕는 것은 부모로서의 의무이고 배려이다. 하지만 스스로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관여하는 것은 간섭일 뿐이다. 자식이 바른 생각을 하도록 가르칠 의무는 있으나 자식 대신 그의 인생을 정할 자격은 없다. 다만, 만약 자식이 원한다면 기꺼이 내 능력 안에서 도울 것이다.


손영아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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