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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달수·고은·안희정은 늘 있었다

오수연 / 문화담당 차장
오수연 / 문화담당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3/10 미주판 13면 기사입력 2018/03/09 19:20

더는 놀랄 일도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이면 신기하게도(?) 기가 차게 놀랄 만한 또 다른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윤택, 고은, 오태석,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 안희정으로 이어지며 연일 새로운 '#미투' 소식이 튀어나온다.

사실 어찌보면 놀랄 일도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알고 있었고, 보았고, 경험했다. 그저 너무도 만연되어 있어서 무뎌져 있었을 뿐이었다.

이번 미투 운동이 시작되면서 기억을 떠올려봤다. 근데 하나하나 되짚어보니 연령대별로 성희롱·성추행 그리고 성폭행 사건이 없었던 적이 없다. 그 피해자는 내 친구였고 학우였다.

#중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있었다. 당시 과목별 반장이 있었는데 과학 선생님은 과학반장을 맡은 이 친구를 꽤나 예뻐라 했다. 그저 똑부러지고 공부도 잘하니 제자로 예뻐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이상하리 만치 그 과학선생님을 쌀쌀 맞게 대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 대학때서야 그 친구는 당시의 얘기를 꺼내 놨다. 과학 선생이 과학실에서 성추행을 하려 했었다고….

#고등학교 때는 불어를 가르쳤던 담임 선생님이 어느 순간 눈 앞에서 사라졌다. 처음에는 이유조차 알지 못했다. 우리 반에는 갑자기 임시 담임이 배정됐다.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학교는 어수선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된 진실은 담임이 1학년 학생을 상대로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 담임은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었다.

#대학 시절에도 여지없이 사건은 터졌다. 야외활동 수업 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였다. 술에 취한 조교들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했다. 피해를 입은 여학생들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 사건을 고발했다. 물론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학교 측은 고소를 취하해달라며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 사정사정했었다.

#그리고 여학교 앞을 지키던 수많은 바바리맨들.

한국노총이 산하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인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16.1%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학교비정규직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5명 중 1명(21.2%)이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살면서 직간접적(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을)으로 안 겪어 본 여성이 없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불씨가 되어 들불처럼 번졌다. 도저히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던 썩은 환부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문화, 교육, 정치,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그렇게 곪을 때로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일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누구랄 것 없이 그 날카로운 고통을 경험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미투'의 필요성이다. 깊은 상처로 오랫동안 고통받아 온 피해자들이 너무나도 많아 서고. 또한 죄인지조차도 모르고 상처를 입힌 가해자들이 셀 수 없이 많아서다.

당분간 그 고통은 계속될 테고 끝난 후에도 그 깊게 파인 상처가 아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다.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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