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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영화, 시네마 천국의 촬영지”

시칠리아 북부 해안 항구도시 체팔루(Cefalu)
라 로카서 체팔루 전경 한눈에
영화 야외 촬영지 마리나 광장

나는 여행을 가장 좋아하지만 영화 또한 광 팬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영화보기를 즐겼고,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흑백 영화를 관람한 기억은 황혼에 이른 지금까지 깊숙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체팔루는 불멸의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 촬영된 도시다. 너무도 가슴 벅차게 본 영화여서 언젠가 이 도시만큼은 꼭 방문하고 싶었다. 아! 그런데 얼마나 오기를 잘했는지. 체팔루는 거대한 바위(La rocca) 아래 만들어진 멋진 해안가 항구도시였다. 가슴 설레며 영화가 촬영된 장소를 찾고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시네마 천국은 이탈리아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만든 1988년도 작품이다. 유명 영화감독이 된 살바토레는 고향의 영사기사였던 알프레도의 부음을 듣는다. 그는 고향 시칠리아에서 토토(살바토레 카시오)로 불리던 1940년대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2차 대전 중 아버지는 전사하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살던 토토는 마을에 있는 ‘시네마 천국’ 극장에 드나들며 신부와 함께 영화검열 작업을 돕는 영특한 아이였다. 영사기사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영사기 조작법을 알려주며 그의 정신적 아버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극장에 불이 나고 온몸에 화상을 입은 알프레도는 시력까지 잃게 된다. 시간이 흐르자 새 극장이 세워지고 청년이 된 토토는 새 영사기사로 취직했다. 토토는 엘레나라는 소녀와 사랑을 키우지만 그녀의 부모가 인정해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국 이별하게 된다. 그 때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 올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충고해 주는 알프레도.

체팔루 관광은 도시에서 가장 큰 건축물인 두오모에서부터 시작한다. 두오모는 1131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276년에 봉헌된 노르만 비잔틴 스타일의 건축물이다. 두오모의 엡스(후진)에는 판토크라토르 모자이크가 빛을 발하고 있다. 판토크라토르는 왼손에는 성경을 오른손은 축복을 하고 있는 구원자 그리스도의 상을 말한다. 12세기 비잔틴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찬란한 작품이다. 그리스도 머리 뒤의 헤일로(halo)는 삼위일체를 나타낸다.



두오모 옆에는 12세기의 지은 수도원이 있다. 두오모는 무료입장이지만 수도원은 약간의 입장료를 받는다. 회랑에는 노아의 방주 등을 묘사한 기둥이 세워져 있다. 수도원이라 적막이 감돌고 조용하다. 화려한 것을 싫어하고 사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힐링의 장소다. 수도원을 나와 라 로카(거석)라 불리는 산 위로 올랐다. 이곳에 오르면 두오모와 수도원의 웅장함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라 로카에서 내려다 보는 체팔루 시내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두오모 가까운 곳에는 특별한 곳이 하나 더 있다. “옛날 빨래터”라는 장소다. 이곳에는 산에서 내려 오는 물구덩이가 있고 위로는 빨래판 돌덩이가 만들어져 있다. 화학세제를 쓰는 요즘은 이곳에서 빨래 할 수 없지만 예전에는 빨래터로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체팔루는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 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주민들의 표정은 밝다. 음식을 서브하는 카페 주인도 물건 파는 상인도 모두 친절하다.

해변가에 있는 마리나 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시네마 천국에서 야외영화 촬영신의 배경이 된 곳이다. 영화에서 광장 한 건물 벽으로 영화가 비쳤을 때 주민들은 환호한다.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이 육지와 보트에서 무료로 영화를 감상했다. 한국의 60년대 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의 광경과 비슷하다. 당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오락은 서커스와 영화가 전부였다. 시네마 천국에서도 이 장면은 가장 극적이며 가장 신나는 장면이다.

61세의 토나토레 감독은 시칠리아의 ‘바게리아’에서 태어났다. 체팔루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마을이다. 그는 시네마 천국이 촬영된 체팔루를 잘 알고 있었다. 1940~50년대 모습을 재현하는 영화촬영 장소로 체팔루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탈리아의 많은 해변가 마을들이 그렇듯이 건물들은 바다와 가깝게 맞닿아 있다. 모래와 바위, 바다와 오래된 건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색적이고 고색창연하다.

토나토레 감독은 16세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 팔레르모 대학에서 영화 천재로 알려지면서 교수들로부터 특별수업을 받았다. 그가 만든 작품 중에 으뜸은 단연 시네마 천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세계 최고 감동의 영화 10위 안에 올려놓는다.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한 살바토레는 그가 유품으로 남긴 필름을 가지고 로마로 돌아왔다. 그리고 시사실에 혼자 앉은 살바토레. 이어서 알프레도의 필림이 돌기 시작한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 OST가 흘러 나오며 끝없이 이어지는 기막힌 장면. 살바토레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나는 체팔루에서 그 눈시울 적시는 장면의 벅찬 감동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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