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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언제나 처음처럼 안전하게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자동차 정비소에 있는 표어처럼 우리 집 차도 꼼꼼한 남편이 때때로 기다란 고리로 여러가지 액체를 찍어보며 때 맞춰 부품들을 잘 갈아주고, 안팎은 내가 깨끗히 갈고 닦으며 청소한 덕에 참으로 잘도 굴러간다.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도로에서 사고 차량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참으로 많은 듯 하다. 그래서 오늘은 과거 남편의 4중 추돌 사고 경험을 비추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까 해 사고 처리 과정에 대해 한 자 적어본다.

우선 큰 사고가 나면 안전하게 차 밖으로 나와 경찰과 소방차를 기다려야 한다. 부상을 입었으면 구급차에 실려가고, 괜찮으면 경찰 리포터를 받으며 견인차를 기다리게 된다. 견인차가 오면 사고난 차의 온갖 짐을 빼서 가족 차량 혹은 렌트카를 이용해 일단은 귀가 조치가 내려진다.

다행히 남편은 이틀을 쉬고 출근했지만, 4중 추돌이어선지 각각의 보험회사와 통화가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과거에는 영어를 못하면 돈을 내고 대신 통역해 줄 사람을 불렀다는데, 요즘은 자동차 보험사에서 한국인 통역자와 삼자통화를 주선해 줘서 참 좋다. 그리고 며칠 뒤에 우리 차는 폐차 판결이 내려져 번호판을 떼어내고 메릴랜드 MVA에 반납을 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후 차 문서 격인 타이틀을 보내면 융자회사로 차값을 보내고 계산하고 남은 돈이 있으면 돌려준다고 한다. 이 모든 사고 처리 과정을 이메일로 주고 받으며 매일 저녁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남편을 보며 난 속으로 결정했다. 어차피 더 나이들면 운전도 못하고 자동차도 갖지 못할테니 지금부터라도 우버 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그리고 일단 사고가 나면 그동안의 부금은 날아가고 보험료는 올라간다. 하지만 사고 처리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보험이기에 억울함 보다는 중요성과 감사함이 더욱 앞선다. 그렇게 우리는 사고 처리를 깔끔히 끝내고 새 차를 맞았다.
새차를 받은 바로 다음 날 성당에서 신부님으로부터 ‘이 차와 함께 늘 안전이 깃들게 해달라고 기도’하는축성을 받았다. 친정엄마가 계셨으면 술을 바퀴에 부어 주며 술술 잘 굴러가라고 정성껏 빌어주셨을텐데 문득 친정엄마가 그립기도 했다.
나는 운전을 할 때 되도록이면 처음처럼 초보의 마음으로 하려고한다. 하지만 남편은 친구들이나 다른 가족이 타면 모범운전을 하다가도 혼자이거나 마누라와 있을 때는 온갖 사건을 일으킨다. 마치 쫌생이처럼 차선을 이리저리 부지런히 옮기며 분주하게 운전하다보니 카메라 과속 티켓도 여러 번 날아오고, 정복을 차려입고 위엄을 갖춘 경찰 앞에서는 쭈구리가 되어 아무 말 못하고 받은 티켓을 나라 살림에 열심히 보태고있다. 본인이 티켓 받은 곳을 지나칠 때면 아주 자상하고 친절하게 주의를 주는 남편에게 나는 ‘마누라의 폭탄 잔소리’로 경고 또 경고한다. “목적지에 다왔다고 방심말고 끝까지 안전운전! 언제나 처음처럼 안전운전! 마누라를 처음 만난 날처럼 조심 운전!” 최고의 운전 실력은 안전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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