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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읽는 것이 독서입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영성센터
매달 두 차례 '면형무아 독서모임'

벨플라워 지역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미주지부(지부장 박아네스 수녀)의 영성센터에서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한 '면형무아 독서모임'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수녀회에서 독서모임을 하는 것도, 소속 수도자가 책을 선정하여 함께 소감을 나누는 진행 형식도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면형무아 독서모임'을 찾아가 보았다.

오전 9시30분. 정갈하면서 아담하게 꾸며진 영성센터 미팅룸에는 영성센터 책임 수도자인 김 마리아 도미니카 수녀와 이 날 참석한 8명의 여성들이 커피잔을 앞에 놓고, 오늘 함께 풀어갈 책과 메모 노트를 펴놓고 큰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

김 마리아 도미니카수녀는 "매순간의 삶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따로 시작기도는 생략"한다며 바로 독서모임으로 들어갔다.



철학자이며 신학자인 텍사스 브라이트신학대학의 강남순 교수가 쓴 '배움에 관하여-비판적 성찰의 일상화'가 이달의 선정 도서였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저자를 통해 나의 삶을, 나 자신을 읽어가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상사를 한번 뒤집어 바라봄으로써 내 안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고 윤곽을 짚어 주었다. 이어 나눔이 자유롭게 시작되었다.

"독서모임에 와서 일곱 번째 읽은 책이다.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점점 책읽기가 익숙해져 가는 내가 대견스럽다. 미국 와서 이제껏 책 한 권 읽지 않고 살았다.(웃음)"

"저자는 가톨릭이 아닌데도 이웃과 세상을 대하는 마음이 나와 많이 닮았다. 모두가 추구하는 선은 결국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아 놀라왔다."

"혼자 읽으면 한 권 뿐인데 여기서 읽으면 여러 권 읽는 것처럼 풍요롭다. 시각이 달라서 그런가 보다."

"똑같은 책인데 각자 얻는 것이 다르다는데 계속 놀라고 있다."

"저자의 표현법에 거부감이 들어 읽기 힘들었다."

이렇게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3D 입체영화로 그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마무리는 김 수녀가 했다.

"장밋빛 인생은 없다. 어둔 터널 속 여정을 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 어둠 속에 터널 끝의 한줄기 빛이 뒤엉겨 이미 공존한다는 사실을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매순간 삶 안에서 헤집어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인 것 같다. '깨어있는 의식'. 이것은 책 등을 통해 죽을 때까지 연습해야 하는 각자의 인생의 몫(인간 실존의 의무)이 아닐까" 싶다.

'책 풀이'로 속풀이를 한 참석자들은 '인생의 짊'을 반쯤 내려놓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십시일반 가져온 먹을거리를 서로 나누었다. 다음달 모임은 4월12일(목, 오전9시30분~오전 11시), 읽을 책은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참가비는 일 회 5달러. 책값은 각자 부담.



김 마리아 도미니카 수녀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면형무아'는 무슨 뜻인가.

"우리 수도회의 영성이 '면형무아'이어서 그 이름을 땄다. '밀떡의 형상(영성체, 면형) 속에 내가 없어야(무아) 하느님이 계신다'는 의미이다. 나를 없앤다는 것(무아)은 매순간 하느님을 위해 내가 나에게 죽는 '마음의 순교'를 뜻한다. 아시겠지만 우리 수도회는 활동도 하지만 마음 닦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관상수도회'이다."

-왜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나.

"우선 이 모임은 여성을 위한 것임을 말하고 싶다. 남성은 성취 위주의 삶이라면 여성은 내적인 충만감이 있어야 행복하다. 이민환경은 교제범위가 좁고 한정되어 있어서 내 속을 펴보일 데가 많지 않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내면을 끄집어 풀어낼 수 있는 '장'을 수도회에서 마련해 주고 싶었다. 자칫 '수다의 장'이 되지 않도록 책을 매체로 정했다. 30대에서 80대 여성들이 열 명 안팎으로 꾸준히 모이고 있다. 오늘 2명이 새로 오셨다. 항상 문은 열려있다. 마음만 열고 오면 된다(웃음). 종교와 무관하다."

▶문의:(562) 714-7769, (562) 461-8100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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