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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한순간, 천길 나락이다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구도의 길을 걷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손가락으로 하복부를 가리키며 "이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는 그분에게도 성욕은 수행자로서 살아가는데 큰 걸림돌이었던 모양이다.

한 원로 사제에게 젊은 신자들이 짓궂게 물었다. "신부님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성적욕망을 어떻게 끊었습니까?" 사제가 답했다. "욕망을 끊다니요? 저는 지금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먹고 싶고, 젊고 예쁜 여성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두 분 모두 쉽지 않은 솔직한 인간적 고백을 남겼다. 성적욕망을 잘 통제하며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엿보인다. 농축된 내공이 돋보이는 참수도자의 모습이다.



오욕은 인간이 지닌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다섯 가지 욕망을 말한다. 그것을 절박한 순서로 나열하면 '수면욕, 식욕, 성욕…' 순이라는데, 그나마 성욕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승속을 막론하고 가장 큰 장애는 무엇보다 성욕이다. 오죽하면 한때 수행승들 간에 나절(羅切)이란 행위가 성행했겠는가. 나절은 마라(mara 악귀)를 끊는다는 뜻으로, 음욕을 없애기 위하여 음경을 끊어 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어리석은 짓이다. 성욕은 달래고 길들여서 그 에너지를 '깨달음'으로 승화 시켜야 하는 것이다.

출가자는 성적욕망을 어떻게 다스리고 길들일까.

앞선 인터뷰에서 달라이라마에게 이어진 질문은 "성욕이 일어날 땐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나는 달라이라마다!"라고 마음 속으로 외친다고 대답했다. 일종의 자기암시이며 성찰이라 하겠다.

또한,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해인사 백련암으로 찾아가, 근세 최고의 대선사 성철 스님(1912-93)께 놀랄 만한 질문을 던다.

"저는 육십이 머지않은 나이인데도 이쁘게 보이는 여자를 만나면 연연한 마음이 생기는걸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떠신지요?" 시인의 능글맞은 고백이었다.

성철은 웃으며 말했다. "큰 시인이 그것도 아직 모르시오? 아 그러니까 중들은 날이면 날마다 예불 드리고, 경도 읽고 참선도 하고 목탁 치며 염불도 하고, 울력도 하고 마음 닦으며 지내는 것 아니오."

미당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시인은 "해탈한 도인의 거창한 행법을 기대했다가, 철저하고 성실한 구도자의 솔직한 모습을 발견하고 크게 감동했다"고 전한다.

'그대 마음의 뜨락에도 욕망의 꽃은 핀다' 사람이면 누구나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타고 있다. 브레이크가 파열되는 순간 천길 나락이다. 그나마 세상이 이렇게라도 돌아가는 것은, 양심과 도덕을 바탕으로 한 결연한 의지가 육체와 욕망을 통제하고, 그 너머에 있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인격'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들은, 똑 또르르르 똑!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조견오온개공/도일체고액/사리자/색불이공공불이색/색즉시공(色卽是空)…"

musagusa@naver.com


박재욱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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