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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사포 인생' 상처 덜 받기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잇따라 경질됐다. '대화론'에 가까운 틸러슨의 해임 뒤에는 '매파' 성향의 맥매스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어쨌든 취임 1년을 갓 넘긴 트럼프 행정부의 참모진 교체는 가히 기록적 수준이다.

틸러슨은 퇴임연설에서 "여기는 매우 비열한 동네가 될 수 있다"고 일갈했다.

백악관도 직장이다.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적과 동침'의 다른 말이다.

직장 생활이 피곤한 건 업무량보다 친구로 가장한 적(frenemy=friend와 enemy 합성어) 탓이다. 말 그대로 친구인 양하는 적. 이롭거나 의존적인 관계를 이어가지만, 불신으로 차 있고, 암암리에 경쟁한다.



누구나 직장에 천적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 예상하는 천적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은 뜻밖에 '급이 낮다며' 당신을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기편을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거의 틀리지 않는다. 속된 말로 개나 고양이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본다.

하지만 적을 제대로 솎아내기란 쉽지 않다. 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은 전면에 나서 당신과 부딪치지 않는다.

당신의 라이벌은 '저 멀리'에 있다. 적은 '바로 여기'에서 여러 형태로 위장해 말하고 행동한다. 그들의 무기는 '단 한 번의 배신'이다.

인간은 누구나 유독성(有毒性)이 있다. 매사에 부정적이다. 끝없이 불평을 한다. 본인은 언제나 피해자다. 언제나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 늘 자기 견해가 옳다. 어쭙잖게 교만해 남들에게 우월감을 느낀다. 욕심과 질투심에 차있어 다른 사람은 일단 깎아내리고 본다. 5%의 진실과 95%의 거짓말을 교묘히 섞는 재주가 있다.

문제는 이런 '유독성 인간'들이 다른 사람들의 도덕심마저 피폐하게 하고 고갈시키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감성지능 2.0'의 저자 트래비스 브랫베리 박사는 "공기·물·음식에 독소(toxin)가 들어 있을 수 있듯이 사람도 독소가 들어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 화 돋우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기도 하다.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조장해 주변 사람들 건강까지 해치는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어떻게 해야 하나. 브랫베리 박사는 "어떤 종류의 독이나 마찬가지이듯, 유독성 인간에 대한 최상의 방책은 노출을 최소화해 자신을 지켜내라"고 말한다. 관계의 한계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의적으로 들어주는 것도 다투는 것도, 향후 적이 될 가능성이 큰 유독성 인간에게 빨아 먹힐 좋은 먹거리다.

우리에겐 뱀파이어적 기생충 속성도 있다. 불평불만 있는 타인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하는 능력이다. 그냥 호의적으로 들어주거나 동조할 순 있다. 하지만 유독성 인간은 이것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눈에 안 보이는 끈으로 연결시킨다. 전형적인 술책은 '너와 나, 우리'를 내세운다.

삶에서 우리 모두는 '사포(sand paper)'다. 긁어대서 상처주고, 긁혀대서 상처받는다. 남이 갖고 있는 기분 나쁜 조각들은 내게도 분명 있다. 타인에 대한 적개심ㆍ반감을 극복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 사람(적)에게서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나면, 전에는 그렇게 싫던 사람에게도 서글픈 정을 느끼게 된다.

당신은 누군가의 적이고, 나도 누군가의 적이다.

틸러슨의 고별사다. "우리 각자는 우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 우리가 대우받기를 원하는 방식, 우리가 타인을 대하고자 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김석하 사회부장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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