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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며느리는 우리집 미용사

정현숙 / 독자
정현숙 / 독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3/26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3/25 20:32

우리집은 온 식구가 '우리집 이발관'을 애용한다. "오늘 처음 손님은 누구신가요?" 며느리가 거울을 거실 벽에 기대 놓고 손님 맞을 준비가 되었음을 알린다. 오늘은 온 가족 머리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며느리의 눈길이 나와 남편의 머리를 흘끔흘끔 보며 '두 분 머리 다듬으실 때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첫손님. "내가 먼저 하마" 남편이 거울 앞 의자에 앉으신다. 이발 가운을 둘러쓰고 얌전한 아이처럼 하라는대로 잘 따라 하신다. 많지도 않은 흰 머리카락이 가위가 움직일 때마다 흰 싸래기 눈처럼 바닥에 떨어진다.

오래 전 며느리가 미용 자격증을 따고 잠시 취업을 했는데 대식구 살림하느라 오랫동안 장롱 면허장이 되었고 그 후로는 우리 식구들만 단골손님이 되었다.

이제 며느리의 솜씨는 식구들의 머리 만지는 일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남편이 끝나고 다음 아들이 의자에 앉았다. 젊었을 때 숱이 많던 머리카락도 50이 되어가니 숱도 적어지고 아버지를 닮아 이마가 넓어지는 것 같아 안쓰럽다.

다음은 이제 막 12살이 된 손자. 정성을 다해 다듬는다. 깎아 놓은 밤톨같이 예쁘다.

다음 차례는 나다. 몇년 동안 단골이어서인지 말을 안해도 잘 잘라 준다. 덤으로 눈썹까지 다듬어준다.

두 손녀는 긴 머리를 고수하느라 가끔 다듬기만 한다. 바닥엔 흰색, 검은색, 회색 머리카락이 수북하다. 온가족의 이발사 며느리에게 팁이라도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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