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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

신학생 시절, 영성수업을 듣던 중 은사님께서 우리들에게 물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다가옵니까? 머리로 이해됩니까, 마음으로 받아들여집니까, 아니면 피부로 느껴집니까?" '주님께서 도와주지 않으시면 저희는 죄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기도문을 읽을 때마다 은사님의 질문이 또다시 온 몸을 휘감는다.

20세기 미국의 사회운동가이면서 영성가였던 도로시 데이는 가톨릭으로 개종한 다음 이렇게 고백했다. "고해성사 보는 일은 어렵다. 고백할 죄가 있어도 어렵고, 고백할 죄가 없어도 어렵다. 자비, 관용, 순결을 거스른 죄와 험담한 죄, 나태 또는 식탐의 죄에서 시작해 머리를 짜낸다. 자신의 결점과 소죄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것을 없애는 첫 단계로 반드시 대낮의 밝은 빛으로 끌어내야 한다. 의로운 사람도 매일 일곱 번이나 잘못을 저지른다."

그녀는 이런 말도 남겼다. "내가 가장 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사랑, 나는 그 사랑만큼만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해 주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줄 안다. 하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다. 본인이 가장 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사랑 그것이 하느님 사랑인데, 그 사랑의 빛으로 우리 내면을 비추어 보면 우리 내면이 참 어둡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하지만 빛이 없으면 그곳이 어둡다는 걸 못 느낀다. 어둠 속에 계속 머물러 있는 사람은 자기 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셔서 그 사람을 그 상태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죄 중에 있는 이스라엘을 회개로 초대하셨다. "소돔의 지도자들아, 고모라의 백성들아.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내 눈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들을 치워버려라.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0.16.18) 비록 이스라엘의 죄가 소돔과 고모라처럼 심각할지라도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눈같이 희게 만들어 주겠노라 다짐하셨지만, 이스라엘은 끝내 그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국의 멸망이라는 큰 아픔을 겪게 되었다.



이제 우리 차례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지켜봤으면서도 그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인가. 꼭 내 몸으로 그리고 내 가족이 고통과 아픔을 겪어야만 회개할 것인가. 우선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아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주님 도움이 없으면 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용서를 청해야 할 죄인이 누구를 단죄할 수 있겠는가. 회개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면서 주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기자.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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