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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책장]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4/01 14:23

지금 나에게 6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일 년의 절반이나 되는 꽤 긴 시간이지만,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기에는 턱없이 짧게 느껴진다.

죽음을 앞둔 노인이 한 명 있다. 보스턴의 어느 교외 지역, 그는 히비스커스 화분이 있는 서재에 앉아 숨을 들이쉬고 다음 내쉴 때까지 숫자를 헤아리면서 자신의 죽음이 어디까지 가까워졌는지를 가늠해 본다. 그러다 디트로이트의 한 신문사에서 일하던 그의 제자가 우연히 TV에 나온 죽어가는 스승의 모습을 보고 그를 찾아온다. 교수와 제자의 만남은 서로의 인생에 큰 계기가 됐다. 교수에게는 인생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 제자에게는 사회적 성공과 야망을 향해 질주하던 삶에 쉼표가 됐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사진)은 제자인 미치 앨봄 (Mitch Albom)이 매주 화요일마다 대학 시절 은사였던 모리 슈워츠 (Morrie Schwartz)를 찾아가 나눈 14번의 만남을 글로 옮긴 책이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세상, 가족, 죽음, 자기 연민, 사랑이다. 둘의 대화가 유독 공감이 가는 이유는 누구나 살면서 겪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루게릭병에 걸려 촛불 같은 삶을 사는 모리 교수는 자신에게 죽음이 이미 깊숙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연했다. 제자는 모리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려 찾아왔다가 도리어 고민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결국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엉엉 아이처럼 울어버린다. 그런 일은 미치가 처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모리를 위로하려 찾아왔지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오히려 한아름 위로를 받고 돌아갔다.

교수와 제자가 나눈 대화 중 유난히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 미치가 “젊음이 부럽지 않나요?” 묻자 모리 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세 살이기도 하고, 다섯 살이기도 하고, 서른일곱 살이기도 하고, 쉰 살이기도 해. 그 세월을 다 거쳐 왔으니까, 그때가 어떤지 알지. 어떤 나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구!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어. 이런 데 자네가 있는 그 자리가 어떻게 부러울 수 있겠나. 내가 다 거쳐 온 시절인데?”

물론 모리 교수도 젊음은 좋은 것이라 말한다. 마음껏 운동하고 춤출 수 있기 때문이다. 좋지만 부럽지는 않다는 그에게서 허세나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운다. 스물두 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스물두 살 만큼만 알게 될 것이다.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인 셈이다. 교수는 진심으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사랑했다. 심지어 가장 두려워했던 타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닦아줘야 한다는 현실까지도 즐기려 했다.

미치 앨봄은 대학 시절 부자는 나의 적이고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죄수복이라고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나 어디로든 떠나갈 자유, 오토바이를 몰고 파리 뒷골목을 누비거나 티베트에 들어갈 자유가 없는 것은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1980년대가 흘러가고 1990년대도 그렇게 갔다. 그 많던 꿈들을 월급봉투와 맞바꿔 버렸다. 줄달음치듯 살다 보니 어느새 월급봉투는 두툼해졌지만, 마음은 구멍이 난 것처럼 시렸다. 텅 빈 영혼으로 자존감을 잃어갈 때 모리 교수를 만났다. 교수는 그런 제자의 마음을 읽은 듯 마음속으로 우러나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질투심으로 괴로워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도 않을 거라고.

기적은 없었다. 모리 교수는 곧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었다고 해서 그들의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그는 현재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아내와 함께 ‘드림 펀드(Dream Fund)’, ‘어 타임 투 헬프(A Time To Help)’, ‘S.A.Y 디트로이트(S.A.Y Detroit)’ 등 세 개의 자선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소영/언론인, VA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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