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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트럼프 이민정책,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우리가 왜 걔네들을 도와야 하는지 모르겠어" 친구 A는 다카(DACA,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프로그램) 수혜자에게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차갑게 말을 했다. 그는 이어 "내가 미국 체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있는지 알아? 걔네들은 여태까지 한 게 뭔데"라고 쏘아붙였다. 어찌 됐든 다카 수혜자들은 부모를 따라 불법으로 이민 온 범법자란 것이다. 그는 수년간 쌓여 발효된 경험을 말했다. 이민 새내기인 나는 그 앞에서 신문에서 읽은 몇 자 논리를 설파할 자신이 없었다.

한국에서 기적적으로 벌어졌던 촛불시위에 젖어있었나. 나는 다카 수혜자들과 인권단체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벌인 워싱턴 DC 시위와 다종다양한 언론들의 취재열기에 곧 다카 대체법안이 나올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공화당의 철옹성이던 동부 앨라배마의 상원 보궐선거 등에서도 파란 깃발이 꽂히고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 윌리엄 앨섭 판사는 다카 폐지 반대 소송 최종 전까지 현행대로 다카를 유지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다카 청년들이 우세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전세 역전이다. 2018년 예산안을 볼모로 벌였던 민주당의 정치 투쟁은 행정 마비를 불사하고도 다카 청년들을 위해서는 얻은 것이 그다지 없다. 공화 민주 양당의 다카 대체법안도 이렇다할 결과물이 없다. 이제는 새로운 정치 이슈의 등장으로 서류미비 청년들의 목소리도 시들해지고 있다. 청년들만 체스판 위의 말 꼴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첫 방문지로 LA에 온 이후 지역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오렌지카운티의 로스알라미토스 시의회가 가주 피난처법을 불복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어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도 트럼프 행정부가 가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난처 주 폐지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의결했다. 위원장은 한인 미셸 박 스틸 수퍼바이저다. 부에나파크시와 알리소비에호시 역시 가주 피난처 법에 불복해 새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다 국토안보부가 현금성 혜택에 이어 저소득층 세금환급제도나 의료 보험비와 같은 비현금성 복지혜택을 받았는지 확인해 영주권 심사 때 반영하겠다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카 수혜를 비롯해 푸드스탬프와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 오바마케어 건강 보험 보조금 수혜자도 모두 포함하는 내용이다. 나는 아니겠지, 범죄만 안 저지르면 쫓겨날 일은 없겠지 했지만 이제 나의 일, 가족의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A는 요즘 더 예민해졌다. 아내가 오바마케어 등 비현금성 복지혜택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자신도 트럼프 행정부의 새 이민정책으로 영주권 신청이 되지 않을까 답답하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다카 수혜자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할까.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다시 꺼내 읽어 볼 수밖에 없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중략)/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황상호 / 기획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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