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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불안한 트럼프의 쇼맨십 정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는 사업가 출신의 '아웃사이더'라는 점과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이 한몫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TV쇼를 재연하는 듯하다. 그가 트위터로 해임을 통보해 고위 참모와 행정 관료들이 백악관을 떠난다.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과거 어느 때보다 충동적인 정책을 쏟아내며 불안한 정국을 이끌고 있다.

극적인 연출이 무대의 중심에 있는 정치 지형에서 한국은 카드를 잘 활용하면 승자가 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은 인기를 좇는 '쇼맨십 정치'의 본보기다. 트럼프는 FTA를 논하며 지킬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협상에서 대부분의 주요 사항이 유지됐다.

바뀐 것들은 좋은 것, 나쁜 것, 추한 것으로 나뉜다. 자동차 환경 기준과 신약 가격 산정, 투명성 확대에 대한 상호 인정은 미국 기업과 한국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미 수출용 픽업트럭의 관세부과 연장은 '나쁜 것'에 해당한다. 철강과 알루미늄의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는 '추한 것'에 속한다. 임시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쇼맨십 정치는 북한 문제를 다룰 때 훨씬 위험하다.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정체되었던 대북 정책이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낯선 조합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도 있다.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는 존 볼튼을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을 것이다.

위험 요소는 더 있다. 어디에서 누군가가 북·미 정상회담 정책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베일에 덮여 있다.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는 무더기 사임과 이직이 발생했다. 미국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예상과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때 미국 시민으로서 나는 피로감을 느낀다.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에 빠른 해결책을 요구하는 대담함을 보일 수도 있다. 북한이 선호하는 '행동 대 행동'이나 끝없는 단계적 접근 방식 대신에 말이다. 한국과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북핵 문제를 최우선으로 둔다면 이러한 방식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상황이 펼쳐질 위험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 능력을 과신하고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고 면죄부까지 제공할지 모른다. 외교 무대에 선 경험이 많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위험은 매파 성향의 각료들로 인해 회담 계획이 틀어지고 협상의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때 생긴다. 볼튼은 그것이 자신이 바라는 결과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군사적 옵션을 취할 수 있다. 이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군 장성들이 거듭 밝히고 있음에도 말이다. 볼튼의 예측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고 우리는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닌 훨씬 나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건설적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미국과 북한을 여기까지 이끌어냈다고 믿는다. '평창올림픽 전략'이 아니었다면 정상회담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완충장치가 줄어든 지금, 한국과 중국의 지원과 유인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한국·미국·중국의 긴밀한 협력은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에 최선의 방도다. 타결 가능성이 희박할지라도 말이다.


스테판 해거드 / UC샌디에이고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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