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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심도 '온라인화' 될까

"이번 주말에 장난감 사러 가자. 나흘만 기다려"

꼬꼬마 어린 시절,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 쓰면 부모님이 자주 하던 말씀이었다. 그렇게 주말을 기다리며 어떤 장난감을 살지 고민하고 행복한 상상에 빠졌던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디데이가 되면 꼭두새벽부터 엄마아빠를 깨워 장난감을 사러 매장을 찾았고, 양 손 가득 커다란 인형이랑 장난감 로봇을 들고 집에 돌아오던, 그런 때가 있었다.

지금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로 장난감을 꼽는 것은 변함이 없을 터.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부모님과 손 잡고 장난감을 사러 매장을 방문할 일은 줄어들게 됐다. 장난감 천국 토이저러스가 폐업을 하고 전 매장의 문을 닫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토이저러스는 70년 전통을 가진 완구 업체인 만큼, 어른들에게도 그들의 유년시절 부모님과 손을 잡고 드나들었던 장소였기에 추억의 공간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토이저러스의 북새통 같은 폐점세일 현장은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온라인과의 전쟁에서 결국 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례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최대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에 뒤지면서 결국 파산을 면치 못했고, 대형 서점 체인 '보더스' 역시 자취를 감춰버렸다. 현재 남아있는 크고 작은 유통업체들도 언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편의성을 제공하고 특히 배송 부분에서 더할나위 없는 편리함을 준다는 점에서 분명 큰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손 안의 쇼핑'은 유혹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요즘 트렌드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편의성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습성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는 "나흘만 기다려"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시면 매장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택배 아저씨가 벨을 누르기만을 넋놓고 기다려야 하게 됐다.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원하는 장난감을 선택해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만 하면 되고, 부모님들 역시 먼 걸음 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결제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반가울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동심은 어찌 예전만 할까.

학창시절 신작 영화가 비디오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서성이던 비디오 대여점, 그리고 종이냄새를 맡으며 책을 사기도 하고 만남의 장소로도 종종 이용됐던 대형 서점 '보더스'. 이제는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로 클릭해 간편하게 시청 및 주문할 수 있는 편한 시대가 왔음에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 추억의 장소가 남겨준 기다림과 설렘의 추억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발전된 문명의 이기 속에 우리 어른들이 혹시 아이들의 기다림, 순수한 동심을 잃게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그런 생각에 잠긴 어른들을 지금 현실의 아이들은 의아하게 바라볼런지도 모를 일이다. 동심은 부모가 만든 세상에서 아이들만이 스스로 느끼는 특권이니 말이다.


홍희정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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