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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존 볼턴은 대북 십자군 전사인가

김영희 / 전 중앙일보 대기자
김영희 / 전 중앙일보 대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4/1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4/09 18:40

판문점도 좋고 제3국도 좋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70년 동안 '은둔의 나라'로 가두고 있던 경계선 밖으로 나와 남한과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은 북한이라는 고립의 요새 한 귀퉁이가 허물어진다는 의미다. 위성사진에서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우리 강토의 북반부에 마침내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는 의미도 된다.

북방의 유라시아 대륙과 남방의 대양을 갈라놓은 240㎞, 1297개 말뚝의 휴전선이 사실상 뚫리면 대륙과 대양이 맞닿는 접점이 73년 만에 복원된다. 이건 문명사적 사건이다. 통일이 아니라 평화 정착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 존 볼턴, 군산복합체의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의 보수적 학자들, 의회의 원리주의 보수파 의원들이 평창과 평양에서 성사된 남북한의 뜨거운 화해의 포옹에 잇달아 찬물 끼얹는 소리를 쏟아낸다. 그건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이 거대한 변혁의 역사적 의미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근시안이다. 그리고 자국 이기주의다.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는 "때로는 사실이 진실의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 수립가들, 재야, 의회의 전우들은 눈앞의 핵·미사일(사실)에만 시선이 박혀 남북, 북·미, 북·중 그리고 후속 정상회담이 가져올 세계사적 변화라는 실체(진실)를 보지 못한다.

볼턴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미소 공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전술이라고 주장한다. 정상회담이 없는 동안 북한은 더 많은 핵·미사일 실험을 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의 황금기에 향수를 느끼는 볼턴은 대통령의 의지를 실천하는 보좌관인지, 네오콘으로서의 자신이 설정한 악(evil)과의 십자군 전쟁을 하는 사람인지 혼란스럽다.

볼턴 중심으로 워싱턴에서 띄우는 리비아 모델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목적에서다. 리비아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먼저 폐기한 뒤에 국교정상화와 제재 해제와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 같은 보상을 받았다. 8년 걸린 과정이다.

리비아 모델의 비핵화가 2011년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의 비극적인 최후를 초래했다고 북한은 오해한다. 카다피 정권은 핵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그해 아랍·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쓰나미에 무너졌다. 북한의 리비아 모델 반대는 카다피가 나토(NATO)군뿐 아니라 자국민에게 핵·미사일을 쓸 기회를 박탈당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리비아 모델의 맹점은 다른 데 있다. 그건 김정은에게 총·검 버리고 결투장에 나오라는 초대장이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마라톤 선수에게 골인 지점에서 뛰기 시작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리비아 모델이야말로 형식이 내용을 성격 짓는 전형이다. 리비아 모델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 톱다운(top-down) 방식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남북 화해·협력 방안에 관한 큰 틀의 합의를 본다. 그것을 받아서 실무진들이 비핵화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를 실행에 가장 적합한 단계로 나누어 협상한다. 가다가 막히면 정상들이 나서서 길을 뚫는다. 남북경제공동체가 북한 비핵화에 한국이 주는 큰 인센티브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개념적(conceptual) 비핵화 선언이 나와야 한다. 그것은 CVID가 최종 골포스트라는 것, 거기까지 같이 가자는데 합의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중단, 북·미 관계 정상화, 북한판 마셜 플랜, 그리고 무엇보다 평화협정을 협상한다. 미국이 중시하는 것이 검증이다. 김정은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볼턴은 그때까지 북한에 대한 불신을 전략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미국에는 한반도 평화를 반기지 않는 비토세력이 있다. 군산복합체와 네오콘과 보수파 의원들이다. 문재인·트럼프 간 궁합(chemistry)과 정의용·서훈 라인과 민간 로비력을 총동원해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각 분야에 민간 로비 자산은 많다. 그동안 외교부의 편협한 영역주의(turfism)가 그 활용을 가로막아 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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