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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대통령의 '잘못된 시간'

지난 2015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시간" 이라는 회고록을 발간했다. 그 당시는 4대 강 사업이며 자원외교 실책 등으로 그의 실정이 국민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민감한 시기였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화자찬과 자기 합리화로만 일관한 회고록을 발간함으로써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이 있은 데 이어 구속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에 구속되었다가 같은 해 4월 17일에 기소되고 1년 뒤인 지난 6일에 선고가 되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3월 22일에 구속되고 4월 9일에 기소되는 걸 보면 3월과 4월은 대통령의 시간이 아닌 듯하다. 같은 시기에 구치소에 들어가 있는 두 사람은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시간을 2007년 이전으로 돌려놓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대통령 선거 본선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했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도곡동 땅이 누구 땅이냐" 고 다그치자 이명박 후보는"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 의혹이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고 반격하면서 박근혜 후보에게 최태민 목사와 그 가족들에 대환 비리 의혹을 들이댔다."이런 식이라면 청와대가 최태민 일족이 장악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박근혜 후보는 "의혹은 이것저것 나오지만 어떤 실체 있는 것은 없지 않으냐"고 목청을 높여 반박했다.

그 뒤에 두 사람은 차례로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의 시간들은 11년의 세월이 지났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서로 공격했던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와 도곡동 땅, 다스가 도화선이 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에서 24년의 징역형을 받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그때 자기들이 열심히 제기했던 바로 그 문제들을 검찰이 수사한 것인데도 지금은 정치 보복이라며 똑같이 재판과 조사를 거부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항변하고 있었다. 국민 앞에서 법치주의의 준수를 약속해 놓고는 뭐 잘한 게 있다고, 그야말로 몰염치한 작태다.

지금의 대통령을 포함해 장차 대권을 꿈꾸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어야 한다. 맹자는 '누구나 어진 정치를 베풀지 않으면 천하를 적으로 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눈만 뜨면 밖으로는 무역전쟁을 일으켜 국민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안으로는 폐쇄적인 이민정책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시민들을 괴롭히는 일도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모든 시간과 공간은 오직 국민만을 위한 것이어야지 이를 사유화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한 판사는 그 판결문에서 '국민은 박근혜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줬는데 본인은 그 권한과 책임을 국민의 허락 없이 사인(私人)에게 나누어 줘 놓고는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엄하게 꾸짖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어떤 꾸지람이 기다리고 있을까, 혹시"자기에게 주어진 대통령의 시간 내내 사리사욕을 채우는 돈벌이 수단에만 매달려왔다는 것은 가장 사악한 범죄다"라고 더 엄하게 지적하지 않을까 모른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들이 회고록 쓰기를 좋아하고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그것도 함부로 쓸 일은 아니다. 땅위에서의 일들을 모두 끝마치고 세상을 떠날 무렵 자기의 자랑보다는 수치스런 점을 포함해 정말로 진솔한 자기고백을 할 수 있을 때 쓰는 것이 회고록이어야 한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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