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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카페] “민들레 꽃이 피었습니다”

지성과 감성 조율사, 유양희 수필가

“제게 수필은 황폐해져 가는 영혼에 숨결을 불어 넣는 종합 비타민이자, 맘 속에 하염없이 차오르는 감성의 샘물을 퍼내기 위한 두레박질과 같은 존재입니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책을 좋아했던 소녀가 사회인이 되어 또 다시 발길 닿은 곳이 명동 YMCA 수요 문화강좌와 중앙일보 문화센터 등에서 여는 문학 강연이었다. 그러다 30여 년 전 낯선 땅으로 홀연히 건너와 15년의 웅크림 끝에 2003년 『한국수필』과 『순수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하고, 제 발로 워싱턴 문인회를 찾아가 총무부터 사무총장과 부회장을 거쳐 회장직을 연임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을 꼬박 문학에 열정을 불살랐다. 문득 헤아려보고는 스스로도 놀랍다는 감탄을 절로 내뱉는 유양희 수필가. 그녀가 등단 후 15년 만에 자신의 지성과 감성을 몽땅 쏟아 쓴 작품 들을 엮어 수필집 『워싱턴 민들레』를 한 송이 꽃처럼 피워냈다.

유 수필가는 “이민 생활 30년 간 절반은 민들레 홀씨처럼 이 땅에 날아들어 결코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뿌리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기였고, 나머지 절반은 문학에 대한 나의 절박함을 움 틔우기 위한 다짐의 시간이었다”며 “가슴에 품고 있으면 기회는 언젠지 모를지라도 반드시 주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삶 가운데 소중한 이야기들을 엮어 왔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손에서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 이렇게 수년의 시간이 걸린 만큼 작품 한 편 한 편이 모아지는 데도 인고의 과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평소 일상의 한 켠에서 글로 날개를 달아보고 싶은 풍경을 마주하면 일단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여, 주제에 대해 온 정신을 맴돌고 맴돌다가, 결국 이것만큼은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면 ‘우선 내용을 정리해 썼다가 배열 순서 및 단어 선택 바꾸기를 두세 차례, 그리고 또 다시 최종 탈고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편의 글’이라고 조심스레 내 놓을 수 있었다.



유 수필가는 “글을 쓰고 나면 늘 표현들이 내 마음과 생각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에 성에 차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그 동안 내 세월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내 눈높이와 문장력의 갭에 대한 불만족을 과감히 걷어내고 출간을 하고 보니 삶에 뭔가 첫 매듭을 지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마침내 작아도 노랗게 꽃을 피운 민들레를 보는 뿌듯함이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들레 꽃 필 무렵에 맞춰 지난 3월 출간된 유양희 수필가의 처녀 수필집 『워싱턴 민들레』.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 책의 제목이기도 한 ‘워싱턴 민들레’를 가장 첫 작품으로 이름에 들어가는 ‘아가씨 희’ 자에 담긴 내용을 유쾌하게 표현한 ‘아가씨 희’, 모처럼 찾은 한국에 있는 아버지 묘역에서 온 가족과 들었던 그리운 뻐꾸기 울음소리를 추억 어린 감성으로 풀어낸 ‘뻐꾸기 소리’ 등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50편의 작품으로 채웠다.

유 수필가는 “이 나이에 이르러 되돌아보니 내 인생을 한 송이 민들레처럼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심지와 자존감을 선물해 주신 분은 올해 89세가 되신 친정 어머니 김금송 여사님이 일등공신이시다”며 “평생을 한결 같은 부모의 맹목적인 사랑과 격려로 지금의 미 연방공무원 앤지 유, 수필가 유양희로 키워주신 어머니께 이 책을 처음으로 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평생을 곁에 두고 온 문학에 대한 열정의 첫 결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이 책은 개인적으로 비로소 나를 만나게 된 책이다. 이렇게 책으로 탄생하기까지 엄마가 가르쳐 준 한글 실력으로 기꺼이 원고를 타이핑 해 준 딸에게 감사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 중 단 한 분이라도 ‘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전해진다면 이는 또 다시금 나를 진취적으로 살게끔 하는 힘이 되어줄 것 같다.”

유 수필가는 오늘도 워싱턴DC 한가운데서 주류사회 일원으로, 또 한인 여성 수필가로 당당하게 홀씨를 날리며 한 송이 꽃을 피우는 민들레로 살아가고 있다.


봄이 오면, 버지니아 푸른 잔디에
노랗게 피는 민들레 꽃들을 볼 때마다
우리 이민자들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뽑힘을 당할지언정 남의 집 뜰에서도 당당하게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호적등본을 떼어보면,
어쩐지 나와 같은 이민 계열의 족보를 지녔을 것 같다.
- 수필 '워싱턴 민들레' 일부 발췌


진민재 기자 chin.minja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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