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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남녀 간 임금 격차

바버러 부시 여사가 천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났다. 부시 여사는 남편과 아들을 대통령으로 둔 기록을 갖고 있다.

부시 여사와 같은 기록을 갖고 있는 애덤스 대통령 부인의 경우는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걸 보지 못했다. 부시 여사는 재치있는 유머로도 유명하고 무엇보다 남편 내조를 잘하고 자녀들을 잘 키우며 가정을 잘 지키는 전통적 여성상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녀의 삶도 그랬던 것 같다.

그녀가 공화당이나 보수 진영이 원하는 여성상이었던 반면 여권 신장에 대해 민감한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에선 그녀가 영부인으로 활동할 땐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었고 당찬 힐러리 클린턴이 그들의 모범적인 여성상이었다.

남편의 시각에서 보면 부시 여사는 확실히 이상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내 딸은 부시 여사보다는 힐러리 클린턴을 왠지 더 닮기를 원하는 게 많은 남자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대체로 남자들은 능력 있고 똑똑한 아내보단 좀 더 가정적이고 심성이 따뜻한 여자를 원하면서 자신의 딸들은 그 반대로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결코 불이익을 받거나 뒤처지지 않기를 원한다.

커리어와 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지 아니면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는 명확한 답은 없겠지만 생물학적으로 보면 조화를 이루긴 굉장히 어렵게 보인다.

남자들은 양육 때문에 커리어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지만 여자들은 아무리 남자들보다 지적으로 실력으로 뛰어나도 양육 앞에선 희생을 하게 돼 있다. 이런 이유가 직장에서의 남녀차별로 이어진다.

임금에서의 남녀차별을 줄여보고자 하는 노력이 1963년 케네디 정부 때 동등임금법이란 연방법이 통과돼 시행돼 오고 있다. 법의 취지는 이렇다. 같은 일을 하는데 남녀 간 성별에서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건 남녀차별이고 위법이란 거다. 이 법이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여오는 데 기여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매년 4월엔 이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자 남녀 임금 평등의 날도 정해놓고 지금까지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점검해 보는 시간도 갖고 있다. 2018년 4월에 나온 결과는 지난 2016년 센서스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인데 같은 일에서 남자가 1달러를 벌 때 여자는 80센트를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진보적인 캘리포니아주로선 지난 오랜 기간 벌어졌던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디다고 생각했는지 2016년 캘리포니아 노동법에 남녀 간 동등한 임금에 대해 명문화를 해놓은 데 이어 2017년도엔 유색인종 여성이 백인 여성에 비해 임금을 덜 받는 시장구조를 고치기 위해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이어 2018년도엔 더 이상 구직자들에게 전 직장에서의 임금 액수를 묻는 것을 금지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오랜 기간 임금에서의 남녀 차별이 관행이 되고 시장에 고착화돼 왔기 때문에 전 직장에서의 임금을 기준으로 현재 임금을 정한다는 것은 임금 차별을 그대로 인정해준다는 논리에서다.

마침 이번 4월에 연방 항소법원에선 전 직장에서의 임금을 현재 임금을 정하는 기준 요소로 보는 게 합법이란 하급 법원의 결정을 뒤엎고 전 직장의 임금 기준을 현재 직장의 임금 기준 요소로 보는 건 남녀 차별이란 판결이 나왔다.

우리의 딸들이 부시 여사처럼 자녀들을 잘 키우고 내조를 잘하는 가정적인 여성으로 성장할 수도 있지만 사회에 나가 돈을 벌게 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그 일이 쉽건 어렵건 같은 업무를 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불합리한 사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고용주들도 같은 일에서 남녀의 임금을 똑같이 지불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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