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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전공인 유전자 희소병 걸린 딸 학자 아닌 엄마로 치료법 찾아요

오리건대학 이수경 박사
발달생물학 전공 살려
유전자 작동원리 규명

2010년에 태어난 딸 유나의 행동이 두 살 때부터 이상했다. 말도 못하고 걷지도 일어서지도 못했다. 몸을 가위눌린 듯 꼬아대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병원에 가서 뇌영상을 찍어보고 유전자 검사와 신경 테스트도 받아봤지만 의사도 확진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e메일이 도착했다. 유나의 FOXG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 이수경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뇌유전학 분야에서 '스타 과학자'로 알려진 이씨에게 너무나 익숙한 FOXG1. 자신이 연구실에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온 목적이 FOXG1 유전자의 작동원리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2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리건 건강과학대에서 발달생물학을 연구하는 한인 과학자 이수경(42)씨는 "FOXG1 유전자가 뇌발달과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있다"면서 기막힌 인연에 허탈해했다. FOXG1 유전자에서 나온 단백질은 태아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조절 기능을 맡는 유전자의 작동여부를 결정짓는다. 즉 FOXG1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배속에서부터 뇌발달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게된다.

전세계에서 300명 정도만 걸릴 정도로 희소병인 FOXG1 신드롬은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다. 유전으로 발병하지는 않고, 임신기간 중에 유전자내 염기서열이 바뀌는 돌연변이가 태아의 뇌발달에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정도만 알려져있다. 최근 들어서는 한 인간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데이터가 쌓인 상태여서, 기존의 자폐증을 비롯해 정신지체장애로 취급되던 질병이 각종 돌연변이로 세분화하는 중이다. 전세계에서 뇌발달 장애를 지닌 아이는 매년 40만 명씩 태어나고 있다.



그때부터 이씨는 같은 생물학 전공자인 남편과 함께 과학자가 아닌 치료법을 찾는 부모로 변신했다. 못 미더운 마음에 연구실에 양해를 구하고 직접 자신의 피를 뽑아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했다. 자신과 딸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딸의 FOXG1 유전자의 염기서열 중간쯤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씨 부부는 모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루빨리 치료법을 찾는데 열중하기로 했다. 아이의 증상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이씨 본인도 귀와 뇌를 연결하는 신경에 염증이 생겨 고생하기도 했다. 회복된 지금도 가끔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느낀다.

이씨는 "이제 우리는 문제의 FOXG1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고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나에게 문제를 일으킨 유전자는 한 쌍의 염색체 가운데 한쪽에서만 발생한 것이어서, 나머지 한쪽의 정상 유전자를 보완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를 고민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요원한 편이다. 이제 8살이 된 유나의 몸무게는 20㎏에 불과하다. 세살터울인 남동생 준에 비해 5㎏ 가볍다. 그래도 이제는 누워있다가 혼자 힘으로 앉을 수도 있는 등 발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휴지를 가져와"라는 단어도 알아듣기 시작했다. 대뇌 피질이 상당 부분이 죽어있고,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부위가 발달하지 못한 아이에게 기대하지 않던 발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씨는 "다음날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날까봐 매일 밤 두려웠다"면서 "하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행동을 해내고 있는데, 누가 우리 아이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거죠?"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재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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