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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에어] '캐나다 차량 돌진' 취재를 돌아보며

사망 10명, 부상 15명. 범인은 승합차를 몰고 시속 60㎞가 넘는 속도로 인도를 돌진했다. 거리는 화창한 봄날을 맞아 점심을 먹으러 나온 인파들로 붐비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차량에 치인 사람들이 공중에 붕 떴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유모차가 튕겨져 날아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난 24일 토론토 핀치 애비뉴 영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범인은 렌트한 벤 차량을 몰고 작정한 듯 사람들을 향해 내달렸고 평화롭던 거리에서는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이 벌어졌다.

관련 속보가 쏟아지며 사건이 일어난 곳이 한인 밀집 지역이라는 내용이 파악됐다. 한인상점들이 모여 있어 평소 한인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한인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공식적인 사상자 신원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현지 한인들 사이에서 유학생 등 한인이 3명이나 숨졌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JTBC 제보 창구에 사건 당시 현지에 있던 한인들의 제보도 들어왔다.

인도를 빠르게 지나가는 사건 차량이 찍힌 한 한인 상점 CCTV에 찍힌 제보 영상에는 직원들이 놀라 뛰어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상점 대표는 사건 현장에서 한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심폐소생술 받았지만 숨진 것 같았다는 내용을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반나절 정도 지난 후 한국 국민 2명과 캐나다 국적 동포 1명이 사망했고 한국인 2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속보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외신을 통해 들어온 현장 영상과 목격자들이 전한 당시의 상황도 기사에 포함시켰다. 이번 사건은 1989년 몬트리올 공대에서 한 남학생이 14명의 여학생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이후 캐나다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곳은 상점이 밀집해 있고 인파가 붐비는 번화가다. 하지만, 캐나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은 찌그러진 사건 차량, 도로에 떨어져 있는 피해자의 신발과 가방 등 흐트러진 물건들,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용의자 모습뿐이었다.

CCTV나 시민들이 찍은 영상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언론에 노출된 사건 현장의 모습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타지역에서 벌어진 유사 사건들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 되는 양이라 방송기사 특성상 다양한 영상을 확보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리포트 제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일을 마치고 관련 기사들을 다시 한 번 세심히 훑어보며 다급하게 리포트를 만들며 가졌던 제한적인 사건 현장 영상에 대해 기자로서 가졌던 불만을 깊이 반성했다. 현지 언론이 피해자를 배려해 자극적인 영상을 일부러 노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영상 일부만 공개됐어도 목격자들이 전한 참상은 여과 없이 만천하에 드러났을 터지만 현지 언론은 사건을 신중히 다뤘다. 범행 동기에 대한 추측도 자제했다. 자칫 인종차별 범죄로 볼 수도 있는 사건이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사상자나 용의자의 인종을 문제 삼거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홍수 속, 치열한 경쟁 속에 묻히다 보면 사건, 사고의 팩트보다 대중의 관심에 초점을 맞추는 실수를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번 사건 속보를 챙기며 생생하고 다양한 영상을 내보내고 싶었던 것도 기사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고 싶었던 욕심이었음을 고백한다. 현지 언론은 캐나다 곳곳에서 불고 있는 피해자 추모 열기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사와 함께 다양한 현장 영상을 내놓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반성하고 배운다.


부소현 JTBC LA특파원 bue.so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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