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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평양냉면

[LA중앙일보] 발행 2018/05/0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8/05/01 19:23

# '냉면' 1절은 이렇다. "한 촌사람 하루는 성내 와서/ 구경을 하는데/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별별 것 보았네/ 맛 좋은 냉면이 여기 있소/ 값싸고 달콤한 냉면이오/ 냉면 국물 더 주시오 아이구나 맛 좋다." 동요 '오빠 생각'의 작곡자로 유명한 박태준(1900~1986) 선생이 원제 'Vive la compagnie'를 차용한 노래다. '냉면'은 원래 3절까지 있다. "한 오라기 코구멍에 나오는걸/ 손으로 빼냈네/ 또 나온다 줄줄줄 또 빼낸다/ 아직도 빼낸다." 어린 애들은 가장 좋아한 가사인데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퇴출.

# 냉면은 특이한 음식이다. 세상에 차가운 국수 요리는 거의 없다. 별다른 반찬도 없건만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는 면발마다 맛있는 소리가 가득하다. 새콤달콤, 코끝 찡한 겨자, 묵직한 육수. 원래는 겨울 별미다. 추운 날에 차가운 국수라…. 시인 백석은 냉면 맛을 이렇게 정의했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 선친은 평안도 사람으로 LA에서 맛있는 냉면을 찾아 이곳저곳에 다니셨다. 기대 뒤에는 항상 "에이, 그 맛이 아니야!" 일단 메밀이 아니었다. 90년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LA에는 메밀로 냉면을 만드는 집이 없었다. 메밀로 반죽한 정통 평양냉면은 젓가락에 힘만 줘도 쉽게 잘린다. 선친은 "냉면은 목구멍으로 먹는다"고 하셨다. 국수를 입에 한가득 넣고 목구멍으로 밀어넣는 순간, 메밀 면이 목 안에서 툭툭 끊어지는 맛이 냉면의 매력이다.

# 남북정상회담 만찬 음식에 평양냉면이 올라오면서 때 이른 '냉면 시즌'이 됐다. 그 맛처럼 회담도 시원했다. 이북에서 오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가위를 거부한다. "나라 잘린 것도 억울한데 냉면까지 잘라?" 하신다. 냉면 한 그릇이 당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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